A(여·37)씨는 남편과 함께 맞벌이 10년째인 올 초 어렵게 아파트를 마련하면서 명의를 부부 공동으로 했다.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남편과는 공동명의로 하기로 이미 합의했으나 집을 사는 과정에서 계약과 잔금처리 등의 절차를 시부모가 대신하면서 등기를 남편 혼자 이름으로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A씨가 남편과 얘기했던 공동명의 문제를 시부모에게 말을 꺼낸다는 게 쉽지 않았다. 며칠을 고민하던 A씨는 시부모에게 말을 건넸다. 물론 남편이 앞장섰다. 맞벌이를 통해 주택구입자금을 만든 것을 잘 아는 시부모도 공동명의에 수긍해줘 A씨는 부부공동명의로 아파트 등기를 다시 할 수 있었다.

최근 들어 '부부재산 공동명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모든 재산을 부부가 공동관리하는 경우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이 부부재산 공동명의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해 봄 여성의전화 본부차원에서 첫 캠페인을 시작한 뒤 올 핸 25개 전국 지부별로 캠페인을 실시했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이 지난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까지 거주하는 집의 76%가 남편 명의이고, 부부공동명의는 단지 3%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여성들이 결혼 후 자신의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전국적인 캠페인이 펼쳐지면서 '재산이 남편의 이름으로 돼 있어도 그 것은 별 문제가 안된다'는 식의 인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

인천여성의전화가 지난 15일 실시한 '부부재산 공동명의 캠페인'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 관심을 보였다.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들은 법률상담도 하고 공동명의 서약서에도 서명했다.

'부부가 어디 남인가'라는 생각에서 재산문제 만큼은 남편에게 일임해 왔던 생활방식이 '부부재산 공동명의가 평등가족을 이루는 첫걸음'이란 의식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부부재산 공동명의 운동에 나서고 있는 관계자들은 더 많은 사람들이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선 법률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부부간의 재산 이동에 대해서는 등록세와 취득세를 감액해 주고, 또 금융재산에 대해 상호조회가 가능하도록 등록세와 취득세 등의 지방세와 금융실명제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밖에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에 따라 여성부가 부부재산 공동명의를 법률로 제정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