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갈등 시설을
철저한 계획사업으로
전환시킬 현행법
개정이 절실하며
인허가 의제 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


최근 경기북부지역에 장사시설, 쓰레기 매립장, 병원적출물 소각장, 발전소 등 사회갈등시설의 설치나 유치를 둘러싸고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숨기고 싶은 얼굴이다. 우리 사회 어딘가에는 꼭 있어야 할 시설이지만 우리 지역에는 안 된다는 논리다. 왜 이런 갈등이 있을까? 다양한 원인이 있을 것이다.

우선 법·제도적 측면에서 사회갈등시설 설치를 위한 인허가 상의 문제를 꼽을 수 있다. 현행법상 사회갈등시설은 기본적으로 인허가 절차를 통해 설치되도록 규정되어 있다. 물론 순수한 인허가 절차로 규정된 것은 아니고 대체로 허가절차와 계획절차를 혼용하는 방식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들 절차의 기본적인 문제는 계획수립절차나 승인절차에 이해관계인들의 집중적인 참여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인허가 의제에 따른 문제도 있다. 인허가 의제 제도는 절차 간소화를 통한 절차촉진에 부응한 제도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인허가 의제와 관련해 인허가의 효력 범위와 관련 기관의 역할 등에 대한 법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주민의 권리침해 등 문제점도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절차상의 문제도 있다. 환경영향평가법은 환경영향평가서의 작성주체를 일차적으로 사업자로 규정하고 있다(제13조). 사업자가 평가서를 작성하는 것은 일반적인 경향이긴 하다. 그러나 사업자 자신이 평가서를 작성하는 것은 평가의 공정성, 객관성과 관련해 볼 때 논란의 소지가 있다. 그리고 사업자에 의해 선정된 평가대행자가 작성하는 평가서도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해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주민참여 절차상의 문제도 있다. 환경영향평가법은 일정 범위의 주민 요구가 있는 경우에만 공청회 개최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공청회의 주관자를 사업자로, 주재자에 관해서는 규정이 없다. 행정절차법 제39조가 공청회의 주재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격을 가진 자 중에서 행정청이 지명 또는 위촉하는 자로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공청회의 주관자가 사업자인 것은 공정성을 의심케 할 소지가 있다. 환경영향평가법상 사회갈등시설의 설치는 주민참여(공청회, 설명회, 정보공개 등)가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 대상 지역 안의 주민으로 한정하고 있어 지역주민의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지적이 있다. 다만, 생태계 보전가치가 큰 지역의 경우 전문가 등 주민이 아닌 자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는 제한적이다. 또한 참여주민 사이에도 자기계층의 이익만 주장하려고 하기 때문에 주민참가의 성과가 저하되고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도 일반 주민들의 협조를 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지역사회 갈등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지방자치법에서 규정(제14조)하고 있는 주민투표를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주민투표를 시행한다고 하여 사회갈등시설 입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갈등완화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일 수는 있다. 그리고 사회갈등시설을 철저한 계획사업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현행법을 개정해 철저한 계획사업으로 전환시킬 필요성이 있다. 인허가 의제 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 환경영향평가서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사업자의 신청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선정한 환경전문기관에 의해 작성하도록 하고, 이에 소요된 비용은 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회갈등시설에 대해 정확한 정보제공과 주민참여를 확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리고 설치 주변 지역이나 유치지역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갈등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단순히 다액의 지원금을 제공함으로써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생각이다. 지원금 제공이 신념의 순수함을 해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인 방법은 가칭 ‘사회갈등 해결을 위한 기본법’ 또는 ‘사회통합기본법’을 제정해 실질적인 갈등해결의 기본법이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