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전쟁, 입시전쟁, 전세대란…'.
각 분야별로 최악의 상황이 연출될 때마다 따라붙는 수식어 중 대표적인 말이 '전쟁'이나 '대란' 따위지만, 요즘 주말골퍼들이 겪고 있는 부킹 난(難)은 가히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와 다름없다.
골프 즐기기에 최적이라는 절정기답게 때이른 골프 납회식을 비롯해 이런 저런 골프 모임이 집중되면서 수요는 폭주하고 있는 반면, 여름철에 비해 절반가량 줄어든 영업시간으로 인해 공급은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회원들에게 부킹을 공급하는 '부킹 데이' 때는 골프장마다 전화회선이 마비되기 일쑤고 인터넷 부킹을 실시하고 있는 골프장은 서버가 다운되는 일이 비일비재다. 부킹 담당자들은 회원들의 항의와 애걸복걸(?)에 진땀을 빼고, 골프장에서 힘깨나 쓴다는 간부들도 밀려드는 청탁을 피해 으레 외부 전화를 차단해 놓는다. 부킹으로 몸살을 겪는 것은 행정기관도 예외가 아니어서 '거절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과 불편한 관계를 피하기 위해 관련 공무원이 아예 출장을 달고 잠적해 버리는 웃지못할 풍경도 연출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어지간한 주말골퍼들에게 가을은 오히려 골프 비수기이고, 부킹대행업체들의 주가만 한껏 치솟는 계절이 되버렸다.
부킹 가격이 100만~200만원이 넘는 것이 예사지만 그나마 좋은 시간대와 장소 등 요건을 갖춘 '매물'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수도권 지역 골프장에 그것도 주말 오후나 일요일 오전 등 황금시간대에 부킹을 갖고 있다면 부르는게 값이다. 회원들로부터 부킹을 양도받거나 수십대의 전용 전화를 갖추고 부킹 회선을 독식하는 수법 등으로 업체 손에 넘어간 부킹은 최고 300만원을 웃돌기까지 한다.
일반인이라면 왜 한번에 30만원까지 들어가는 골프를, 그것도 수백만원씩의 커미션까지 줘가며 하느냐는 의아심을 갖겠지만 중요한 고객이나 거래처 등에 접대를 해야하는 기업체라면 오히려 급할 때 매물을 갖고 있는 사람이 구세주다.
하지만 그 치열하다는 부킹 전쟁터에서도 거뜬히 살아남아 서너팀이 단체로 게임을 하는 경우, 내장객이 비회원 일색인 경우는 흔하디 흔하다. 힘에 밀리고 '끗발'에 밀린 골프장들이 이곳 저곳에 부킹을 나눠주며 '장난'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골프 절정기 '부킹대란', 주말 골프 '아무나 하나'
입력 2002-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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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2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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