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룡과 이순신, 서로 믿었기에 위대한 효과 얻어
저커버그, 숀 파커 만나 페이스북 전세계로 확대
새로운 인물과 이색적 조합하면 더 큰효과 발휘


최근 한 방송국의 드라마 덕분에 ‘류성룡’과 ‘징비록’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다. 징비록은 조선 중기 임진왜란을 온몸으로 체험했던 류성룡이 그 처절한 교훈을 반드시 후세에 전해줘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집필한 기록서다. 류성룡은 퇴계 이황에게 수학하면서 동인(東人) 쪽 인물로 분류되지만 서인(西人)과의 당쟁에도 비교적 초연했던 것으로 유명했다. 특히 당시 국가 위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본 몇 안 되는 경륜지사 중 한 명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류성룡을 이순신을 천거한 인물로 기억한다. 당시 무관도 아닌 문관 관리에 불과하던 이순신을 수군(水軍) 책임자로 천거했다.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고 심지어 뇌물을 먹은 것이라고 모함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류성룡은 뜻을 굽히지 않았고, 이순신은 역사의 물꼬를 바꿀 정도로 위대한 결과를 낳았다. 류성룡과 이순신이라는 조합이 없었다면 한반도는 임진년에 이미 일본군에 점령당했을 것이다. 이렇게 특별한 사람들의 만남은 위대한 일을 만든다.

그러면 류성룡의 이순신에 대한 확신은 어디서 온 것일까?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두 사람의 만남은 어린 시절에 시작됐다. 류성룡과 이순신은 모두 서울 건천동 출신이다. 이순신의 둘째 형인 이요신이 본래 류성룡의 친구였지만, 점차 류성룡과 이순신 사이가 더욱 가까워지고 둘 사이는 관중과 포숙처럼 아끼는 사이로 발전했다. 두 사람은 오랜 관찰과 경험을 통해 서로의 능력을 정확히 알게 된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류성룡은 중요한 순간에 이순신을 주저 없이 추천했던 것이다. 즉, 숙성된 지식과 확신이 있었기에 위대한 효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즉흥적 통찰에서 얻은 만남으로 특별한 결과를 얻을 수는 없다.

특별한 만남은 기업에도 중요하다. 우리가 아는 세계적 기업 중 특별한 만남에 의해 비약적으로 큰 기업들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페이스북(Facebook)이다. 페이스북은 본래 하버드 대학생들 사이의 교류, 좀 더 나아가 보스톤지역 대학들을 연결하는 교류망으로 시작했던 사업이었다.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와 친구들은 그 정도 수준의 SNS로 스케일을 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커버그가 숀 파커를 만난 이후에는 스케일이 완전히 달라져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확대되었다. 이렇게 스케일을 키운 장본인이 바로 숀 파커이다. 그는 1990년대 말 인터넷 버블 시절 냅스터 기업의 창업자로 유명한데 많은 창업 경험을 통해 어떤 사업이 성공하고 어떻게 해야 비즈니스가 확대되는지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서 묘사된 숀 파커의 대사에서 그의 야심을 잘 읽을 수 있다. “마크, 너는 지금 대학 사이를 연결하고 있지만, 나는 대륙을 연결하고자 한다.” 숀 파커는 실제로 저커버그에게 많은 벤처캐피털을 소개하면서 비약적인 사업 성장을 주도하게 했다. 만약 저커버그와 숀 파커의 만남이 없었다면 오늘과 같은 페이스북은 없었을 것이다.

구글 창업자들과 경영 천재인 에릭 슈미트의 만남도 특별한 결과를 낳았다. 1998년 스탠퍼드 대학원생이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새로운 방식의 검색 서비스를 출범시킨다. 이후 지속해서 성공 가도를 달려 왔지만 한계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2001년 경영 천재인 에릭 슈미트를 공동 대표로 영입한다. 이때가 바로 프로그래머 중심의 운영을 넘어 비로소 경영 시스템을 갖추는 순간이었다. 창업자 두 사람과 슈미트 사이의 조합이 없었다면 오늘과 같이 경쟁력을 갖춘 구글은 없었을 것이라는 평이 많다.

이처럼 절체절명의 국가위기를 넘기는 장면, 한 기업의 비약적 성장에는 ‘특별한 만남’이 개입되어 있다. 작은 위기와 보통의 성장과는 달리 폭발적으로 비약하는 힘의 원천이 바로 그 특별한 만남인 것이다. 이는 큰 도약을 꿈꾸는 중소기업과 청년들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 새로운 인물과 이색적인 조합을 취하라고 권하고 있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기존 방식대로 움직이는 농사꾼의 방책보다 개인기를 갖춘 인물들의 결합을 지향하는 사냥꾼의 전략이 더 효과가 높다는 권장이다. 급속한 변화들이 가득할 미래 세상에서는 특별한 만남이 주는 성공 방정식은 더욱 효과가 높아질 것으로 예견된다.

/손동원 객원논설위원·인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