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시책과 자료를 받아 든 원주시청 관계관이 불쑥 ‘원주시청에 와서 청렴에 대해 직접 설명해 달라’고 했고 얼떨결에 승낙했습니다.
100분 동안 청렴이야기만 할 수 없는 일이니 공무원의 관심을 유발하는 이야기, 웃음을 띠게 하는 말, 가슴 시리게 하는 속 깊은 사연을 소개해야 했습니다. 결국, 같은 시대 공직자로서 9급 초임 당시로 돌아가 초심으로 일하고 생각하고 판단하면 청렴은 완성된다는 콘셉트를 잡기로 했습니다.
오후 4시 원주시청 공무원 1천여 명이 모였습니다. 덜컥 겁이 납니다. 청렴 관련 한두 번 해본 강의도 아닙니다. 전날 전북 완주에 있는 지방행정공무원연수원에서 시원하게 강의를 했는데 왜 이렇게 떨리던지. 하지만 이렇게 많은 관중을 만난 것은 처음 이었습니다. 준비도 부족하고 준비했어도 마음이 떨려서 제대로 말이나 꺼내겠습니까.
긴장은 팽배했고 입안이 바작바작 타들어 가는 소리가 귓전에 맴돕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원주시청 백운아트홀 1층과 2층에 운집한 공무원들의 눈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분위기를 살리려는 농담에 모두 웃어주고 그 웃음으로 집중이 잘 됐습니다. 원주시청 공무원 1천여 명의 눈빛은 여러모로 부족한 저에게 용기를 주었고 단 아래에 서서 차분히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청렴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민원친절·소통·수평적사고·긍정마인드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간부공무원에게 남아있는 공직 5년, 7년을 시민에게 보은하는 심정으로 몸을 낮추고 나를 내려놓아야 하며 동료·후배 공무원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일부러 ‘몸 개그’라도 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직원들이 아침에 잠에서 깨면 방안에 풍선 서너 개가 둥둥 떠다니고 그 풍선마다 국장·과장·팀장·차석의 얼굴이 투영되는데 그 표정이 환한 미소가 되도록 간부들이 솔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무실에서는 잘한 것을 칭찬·격려하고 부족한 것은 채워주되 상대방의 의견이 틀린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간부공무원들이 아침 일찍 출근해 신문함 속 신문을 꺼내어 사무실에 배부하고, 주방에 들어가 커피포트에 물을 반 정도 담은 후 전원을 켜보라고 권했습니다. 수평적 사고와 공무원 좌석의 수평적 배치, 그리고 소통의 공간을 만들고 말로 지시하기보다는 감성으로 의견을 모으는 간부들의 노력을 주문했습니다.
신뢰와 믿음이라는 에너지가 공무원의 창의력을 키우고 시민의 신뢰를 얻을 것이며, 올해 말에 원주시민과 공무원들은 더욱 청렴하고 발전하는 원주시를 완성할 것입니다. 그리하면 원주시의 홍보대사로 맹활약하시는 ‘탤런트 전원주 씨’가 하하하~하하 하면서 호쾌한 웃음으로 원주시를 칭찬하실 것입니다.
/이강석 오산시 부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