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 조경팀은 1천700만평 대지 위에 세워진 웅장한 공항 시설물 틈사이를 아름답게 꾸미는 업무를 맡고 있다.

“10년을 넘게 일을 함께 하다 보니 가족보다 더 가까운 점도 많지요.”
조경팀 차규백(44)팀장의 얘기다. 차 팀장은 “토목부서에서 유일하게 여직원이 2명이나 근무하는 곳은 조경팀”이라며 “나무와 꽃을 다루는 일이라 서로 얼굴을 찌푸리는 일이 거의 없다”고 부서원들을 자랑한다.

이태영(30·여)대리도 “대부분의 업무가 대형 시설물을 건설하고 관리하거나 여객서비스이다 보니 부담도 크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며 “하지만 조경팀 직원들은 살아 있는 식물들을 다뤄서 그런지 따뜻한 마음과 섬세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공항 건설 초기부터 조경사업을 시작한 것이 큰 도움이 됐지요. 건설 이후에 조경사업을 벌였더라면 아름다운 공항을 만들지 못했을 겁니다.”

우헌영(44)과장은 “조경을 설계하는 데만 92년부터 99년까지 7년이란 세월이 걸렸다”며 “수많은 시행착오와 시험을 통해 공항 주변의 조경을 꾸밀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직원 모두 조경분 석사 학위를 갖고 있을 정도로 이 분야에 대해선 국내 최고의 전문성을 자랑한다. 인천공항은 영종도와 용유도 개펄 사이를 매립한 터에 건설했기 때문에 토양에 염분이 많아 식물이 살기에 적합한 곳이 아니었다. 그렇다 보니 염분과 해풍에 잘 적응하는 식물을 고르고 시험하는데만 해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지금은 이 분야에선 국내 최고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목포와 군산, 송도신도시 등 매립사업을 벌이는 기관을 상대로 조경 교육을 실시할 정도로 대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은 나무의 훼손을 막고 현장에서 발생한 나무를 살려 옮겨 심는 것이 일반화했지만 공항 건설 당시만 해도 삼목도와 신불도 산을 절토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나무를 공항 주변에 옮겨 심는 작업이 쉽지 않았습니다.”

권호상(42)과장은 “삼목도 등에서 옮겨 심은 나무의 하자율이 2% 수준에 머물 정도로 수목의 생존율이 높다”며 “당시로선 부담이 컸지만 결과적으로 조경사업비를 줄이는 데도 큰 몫을 했다”고 말했다. 공항 주변에 심은 6만여 그루의 나무 가운데 4만 그루가 원 수종을 옮겨 심은 것이라고 한다.

조경팀의 또다른 자랑은 활주로 잔디를 국산으로 깔았다는 점. 일반적으로 국산 잔디는 보기는 좋지만 재배가 어렵고 관리하는데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을 갖고 있다. 조경팀은 조경설계 때부터 잔디 시험장을 만들어 수년간 연구와 실험을 통해 국산 잔디를 쉽게 관리할 수 있는 신공법을 개발했다.

항공기 조종사들도 인천공항 활주로 잔디에 대해 “세계 어느 공항의 잔디보다 아름답다”고 말한다.

남측도로 공원에 조성한 해당화길도 자랑거리다. 지난 99년 12월 문화관광부로부터 '환경문화상'을 수상했다. 봄철이면 도로를 따라 길게 핀 해당화는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조경팀은 공항 외곽지역 외에도 여객터미널 내에도 자연친화적인 꽃과 나무를 가꾸어 이용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경화(31·여)대리는 “실내 조경으로는 대나무와 외국 수종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여객터미널 밀레니엄 홀에는 후피향나무, 산다화, 담팔수, 돈나무, 면나무 등을 심고 새소리 음향까지 곁들여 휴식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계절별로 철쭉, 수선화, 튤립, 수국, 익소화, 국화, 털머위 같은 꽃으로 장식해 변화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조경팀은 3만평에 이르는 묘포장과 자체식물원(온실 3개동)을 운영하면서 지속적인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조경에 필요한 나무와 꽃을 자체 조달해 경비를 줄이고 공항 주변 환경에 잘 적응하는 식물을 재배하고 있다.

차규백팀장은 “묘포장과 온실을 활용해 내년부터는 초화류를 재배해 수익사업을 검토하고 있다”며 “공항 주변의 조경을 한국적인 테마로 보강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