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美대사 피습사건 인해
한미 키리졸브 훈련 필요성
대북안보관 중요성 더욱 강조
과거 日대사관 직원 상해
‘집유 3년’ 실형 하루도 안살아
관대한 처벌의 결과 잊어선안돼


얼마 전 퇴원한 마크 리퍼트 주미 대사는 열흘 전쯤 반미·반일 활동을 한다는 김기종씨로부터 피습당했다. 25㎝ 길이의 흉기로 얼굴과 왼쪽 손목 부위를 난자당한 미국 대사는 시종일관 담대한 모습을 보였고, 자칭 반미·반일 운동가라는 가해자는 정신병력 운운하며 확신범이라고 하기에는 비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언론이 그토록 주목한 주변국 외교관계가 아니라 확신범 운운하며 저지른 폭력적 범죄의 처벌 문제다.

물론, 이 피습 사건은 우리나라의 외교관계에 영향을 미쳤다. 삼일절인 3월 1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은 민족감정을 동원해 정치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국과 중국을 비난했다. 최근 미국은 중국을 의식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PP: Trans-Pacific Strategic Economic Partnership)의 범위를 확대하고 일본과 우호적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일절에 있었던 미 국무부 차관의 한국 비난은 미국이 한국보다는 일본의 입장을 지지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러한 해석은 미국의 입장을 난처하게 했고 이는 한미관계 균열 조짐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김기종 씨의 마크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으로 이 문제와 관련된 미국의 역사인식 논란은 사라졌다.

또한 피습사건은 대북 안보의식에도 영향을 줬다. 한·미 간 연례 군사 연습인 키 리졸브(Key-Resolve) 훈련은 북한의 도발 시나리오에 대비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하는 지휘소 연습이다. 이 훈련은 북한이 남침 시 군 보급/숙영 등을 위한 방어적 훈련이다. 그러나 김기종 씨는 키리졸브 훈련 탓에 남북대화가 결렬되고 이산가족이 상봉하지 못하고 있다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키리졸브 훈련을 중단하라는 북한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읊조리며 리퍼트 대사를 피습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했던 이 훈련의 의미와 필요성이 더욱 중시됐고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는 북한의 주장을 지령 삼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돼 대북 안보관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그러나 이 사건이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이러저러한 이유를 대며 폭력과 살인을 행하는 파렴치범을 어떻게 처벌해야 하는지 고민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최근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가지각색 이유로 강도·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기종이라는 인물은 조울증·분신을 경험하며 그 후유증으로 인한 정신적 문제가 있고 이 때문에 과격한 언행과 도발적 행동을 하게 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심리적 고립감을 느껴 미국 대사 피습과 같은 극단적 행위를 했다며 선처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 형법 250~260조와 법원의 양형 기준표를 살펴보면 살인은 징역 8년에서 12년 정도이고 살인미수죄는 법률상 감경사유에 해당해 최소한 징역 6~9년 정도가 된다. 여기에 피해자와 합의한 초범의 경우에는 작량 감경 원칙에 따라 징역 3년6개월에서 12년 정도가 된다. 그러나 김기종 씨는 이미 전과 6범이고 리퍼트 대사는 가해자 처벌 의사를 명백히 밝혔다.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를 김기종 씨가 칼로 찌른 사건은 반인륜적 폭력행위다. 김기종 씨는 폭력적 패륜 행위인 살인미수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지 국가보안법 위반이나 정치적·외교적 확신범죄로 주목받는 것이 아니다. 이는 추후 조사에 따라 가중처벌될 부분이지 감경 사유가 아니다. 그런데 법률 전문가들은 김기종 씨가 과거 일본 대사관 직원에게 상해를 입혔을 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단 하루도 실형을 살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전과 6범의 김기종 씨는 정치적·외교적·이념적 확신범이라는 이유만 법정에서 통하면 단 하루도 징역을 살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국민들은 외교관계·국가보안법·정신병력 등 복잡한 이유를 들어 패륜적 폭력행위를 관대히 처벌한 결과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사법부는 이 사실을 꼭 명심하기 바란다.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