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들은 심각하지만 옆에서보면 코믹인게 바로 인생”
“인간사가 코미디 같아요. 사는 게 얼마나 유치해요. 우리가 사는 모습이 다 그렇죠. 뭐.”
KBS 2TV 수목극 ‘착하지 않은 여자들’을 통해 또다시 허를 찌르는 코미디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배우 김혜자(74). ‘안국동 선생님’이라 불리는 유명 요리선생인 강순옥.
30년 전 남편을 여의고(사실은 살아있지만) 홀로 두 딸을 키워온 그는 남편이 죽기 전까지 마음에 품은 여인 장모란(장미희 분)에게 평생 이를 갈아왔다.
강순옥은 사고뭉치 둘째 딸 때문에 우연히 재회한 장모란이 시한부라는 말을 듣고는 난데없이 자기 집으로 데리고 와 먹이고 재운다.
하지만 그의 호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된다.
강순옥은 장모란을 집에 데려오기 전 일단 고운 한복 차림에 버선발로 장모란의 가슴팍에 기습 하이킥을 날리는 것으로 1차 복수를 했고, 집에 데리고 와서는 보약을 해 먹이는 와중에 ‘불륜’이라는 제목의 책을 선물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그를 “남편의 세컨드”라고 대놓고 소개하는 등 펀치를 계속 날리고 있다.
이런 강순옥을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김혜자의 활약은 젊은층 사이에서도 화제를 모으며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부드럽게 상승곡선을 그리게 하고 있다.
“우린 심각하게 연기해요. 코미디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강순옥이나 장모란이나 다 심각한데 상황이 웃긴거죠. 이러거나 저러거나 인간사는 다 거기서 거기예요. 똑같아요. 당사자들은 심각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면 코믹한거죠.”
김혜자가 펼친 코믹연기 중 최근 화제가 된 것은 강순옥이 다이아몬드 반지로 장모란에게 또다시 한방을 제대로 먹인 내용이었다.
남편이 강순옥과 장모란에게 똑같이 생긴 반지를 선물했는데, 알고보니 강순옥 것은 다이아몬드였고 장모란 것은 큐빅이라는 사실이 공개적으로 밝혀지면서 강순옥은 천하를 다 얻은 듯 헤벌쭉 좋아하며 손가락에 낀 반지를 대놓고 자랑하면 다닌다.
“강순옥이 ‘내 인생에 이런 순간이 올지 몰랐다’며 좋아하잖아요. 반지에 대한 사연은 이번주 방송에 나오는데 강순옥이 그럴만 했어요. 분명한 것은 강순옥이 남편을 엄청 사랑했다는 거예요. 남편이 장모란에게서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차에 죽어버린 건데, 그전까지는 살면서 강순옥에게 신뢰를 준 남자였어요. 30년 이상이 지났지만 강순옥은 여전히 남편을 믿고 있어요. 현명한 여자인 것 같아요.”
김혜자의 연기는 그의 구박을 받아야하는 장미희(58)와의 앙상블에서 완성된다. 김혜자와 장미희는 2008년 ‘엄마가 뿔났다’에서 사돈지간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 드라마가 연기자로서도 재미있는 것은 분명하다.
“재밌죠. 일단 늘어지지 않아서 좋아요. 슬프다고 늘어지지 않아요. 이제는 슬픔을 그렇게 표현하는 시대가 아닌 것 같아요. 여러 상황이 슬프지만 그럼에도 오늘을 살고 있으니까 늘어질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런 면에서 김인영 작가가 참 대단한 것 같아요.”
강순옥의 코미디에 배꼽을 잡는다고 했더니, 우아하고 인자한 미소 뒤 ‘명랑 코미디’를 숨기고 있는 베테랑 김혜자는 이렇게 답을 했다. “그러니까 날 캐스팅했겠죠.(웃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