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오피스텔로 옮겨 진행
교육청 수업 연장 단속없어
수면 보장 ‘9시 등교제’ 무색
인천 학원가에 ‘밤샘 수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학원 수업은 밤 11시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상당수 입시학원들은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밤 11시 30분께 연수구의 한 학원가.
학원은 이미 문을 닫아야 할 시간이지만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한 입시학원이 있는 빌딩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학원이 위치한 빌딩은 1시간 전 외부 조명이 꺼졌으나 안으로 들어가 보니 내부에는 10여명이 넘는 아이들이 모여 수업을 하고 있었다.
1시간여가 지나자 학원 건물 앞에 승용차들이 몰려들더니 빌딩에서 나온 학생들을 태우고 떠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건물 반경 50m 안에 이렇게 수업을 하는 곳은 3곳이나 됐다.
이날 밤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남구와 연수구 등 학원 10여 곳을 확인해 본 결과 11시 이후 4개 학원에서 불을 켜놓고 수업을 했다. 모두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원으로 새벽 1시까지 창문을 가리고 수업을 했다.
한 학원 관계자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학원에서 오피스텔로 이동해서 1시까지 수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대부분의 입시 학원이 이렇게 수업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같이 입시학원의 수업이 밤 늦도록 이어지면서 시교육청이 3월부터 학생들의 수면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실시하는 ‘9시 등교제’의 취지도 무색해지고 있다.
남구의 한 고등학생 박모(18)군은 “등교시간이 8시40분으로 늦춰진 후 새벽 2시까지 더 부담 없이 개인 과외를 받는다는 친구들도 있다”며 “실제 잠자는 시간이 늘지는 않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입시학원의 수업 연장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데도 교육청의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3년간 이렇게 교습시간을 위반해 적발한 건수는 50건에 불과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원들도 학부모나 학생들이 수업 시간 연장을 희망해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만간 교습시간 단속·점검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설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