贊 건립예정지 인근 화성 주민
마을발전 기대하고 유치했는데 ‘허탈’
“상관도 없는 지역서 트집 잡아” 불만

反 수원 호매실지역 주민
“환경 좋아 이사왔는데 화장장이 웬말
지자체 달라 의견조차 안물었다” 격분


‘핌피현상(PIMFY·Please in my front yard : 수익성 있는 사업을 내 지방에 유치하는 것)’의 대표적 사례로 외신에까지 소개됐던 화성시 공동형 종합장사시설 건립사업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정작 반대에 나설 줄 알았던 건립예정지 인근 화성시 주민들이 아닌, ‘산 너머’ 수원 호매실지역 주민들이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극렬히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화성시를 비롯한 부천·안산·시흥·광명 등 공동형 장사시설 추진 5개 지자체는 ‘화장대란’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라며 맞서고 있고, 동네 발전의 기대감에 부풀어 있던 건립예정지 주민들 역시 ‘상관도 없는 지역에서 트집을 잡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19일 오후 2시께 화성시 공동형 종합장사시설 건립사업 예정지인 매송면 숙곡1리. ‘함박산’이라 불리는 야산 자락을 중심으로 6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한적한 농촌마을이지만 민심은 더없이 흉흉했다.

2013년 11월 최종 후보지로 선정된 이후 ‘마을이 획기적으로 개발된다’던 들뜬 기대감은 찾아볼 수 없었고, 대신 2~3㎞ 가량 떨어진 산너머 서수원 주민들을 향한 불만이 가득했다.

새마을회관 주변에서 만난 50~60대 주민들에게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화장장 유치에 나선 이유를 묻자 ‘그만큼 절실했다’고 입을 모았다. 대부분 농업·목축업에 종사하던 주민들에게 화성 공동화장장은 곧 새로운 일자리였다.

지역에 전달될 총 300억원의 마을발전기금(숙곡1리 50억·인근 5개 마을 100억·매송면 150억 원)으로 그동안 예산이 없어 미뤄뒀던 지역별 장학사업, 도로·하천정비 등 마을숙원 사업, 복지시설 건립 등에 사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예기치 못했던 서수원 주민들의 반발로 기대감은 송두리째 뒤흔들렸고, 급기야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려 맞대응에 나선 상태다. 주민들이 화장장 반대가 아닌, 유치를 위한 비대위를 구성하는 기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비대위에서 활동중인 숙곡1리 이필창 이장은 “(서수원 주민들이) 화장장이 칠보산 자락에 들어선다고 주장하는데 엄밀히 따지면 한백산 자락이고, 수원과는 전혀 딴 동네”라며 “2~3㎞ 밖에서 환경이 악화된다고 얘기하는데, 수원연화장 코앞에 아파트가 즐비한 광교신도시 환경은 어떻게 설명할 거냐”고 목청을 높였다.

같은 날, 이곳에서 직선거리로 2~3㎞ 떨어진 수원 호매실지구. ‘칠보산에 화장장이 웬말이냐’ ‘친환경 화장장이면 화성시에 건립하라’ ‘불안해서 못 살겠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려 있었다.

칠보마을 6·7단지 앞에서 만난 호매실 주민들은 “자연환경이 우수해 호매실지구로 이사를 왔는데 5개 지자체 시민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화장장이 말이 되느냐”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드러냈다. 젊은 학부모들은 화장장에서 날아오는 오염물질로 인해 아이들의 건강이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했다.

칠보산 화장장 건립저지 비상대책위 김미혜 공동 시민대표는 입지선정 과정에서 서수원 주민들의 의견이 철저히 무시됐다고 주장했다.

김 공동대표는 “단지 지자체가 다르다는 이유로 서수원 주민들의 의견을 묻지도 않았다”며 “우리 주민들은 화장장이 들어서는 매송면내 다른 지역보다 오히려 가까운데도 입지선정과 관련해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았다. 민주적인 절차가 생략된 입지선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민욱·이경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