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주변 전기콘센트 방치
비라도 오면 합선사고 우려
미신고시설 ‘관리 사각지대’
5명의 목숨을 앗아간 강화 캠핑장 화재사고는 영업주의 안전불감증과 관련 법령 미흡 등이 복합적으로 빚어낸 인재(人災)였다. 강화도 화재 참사 이튿날인 23일 경인일보 취재진이 인천 곳곳에 있는 캠핑장 시설을 점검한 결과, 여전히 화재 등 안전 사고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오전 11시께 찾아간 인천 강화군 화도면 동막리의 한 캠핑장은 전날 화재사고가 난 캠핑장과 똑같은 ‘글램핑(glamping)’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긴 막대 구조물에 천막을 씌운 인디언식 텐트 내부에는 텔레비전과 냉장고, 컴퓨터, 온열매트 등 각종 전자제품들이 들어차 있었다.
전기 콘센트와 방안 조명을 위해 외부에서 끌어다 놓은 전선은 피복이 벗겨져 있어 합선 등 화재가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텐트에는 소화기조차 놓여있지 않았다.
이 캠핑장 주인은 “그동안 별일 없이 영업을 잘 해왔다”며 “어제 캠핑장 사고는 천재지변 같은 것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근 흥왕리에 있는 캠핑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캠핑장 텐트 내부에는 전기시설 외에도 석유난로까지 비치돼 있었지만, 별다른 화재 진화 도구는 마련해 놓지 않은 상태였다.
강화뿐 아니라 인천 곳곳에 있는 캠핑장도 위험에 노출돼 있긴 마찬가지다. 중구 용유도의 한 사설 캠핑장 주변에 심어진 나무에는 1m 높이로 전기 콘센트가 붙어있었다. 콘센트를 보호하는 플라스틱 박스가 감싸고 있었지만 뚜껑이 열려있어 비가 오면 언제든 빗물이 스며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한 콘센트는 바비큐 불을 피우는 공간 바로 옆에 위치하기도 했다.
캠핑장을 자주 찾는다는 조강인(28·인천 부평구)씨는 “사고 이후 캠핑장 곳곳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전한 캠핑장을 찾고 있지만, 안전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캠핑장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위험해 보였지만, 캠핑장 업주들은 소방시설 설치가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관계 기관은 단속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었다.
실제, 지난해 7월 동막해수욕장 상인회가 이번 화재사고가 난 동막리의 캠핑장에 대해 “나무 데크에 철골을 세운 천막은 사고가 나면 위험할 수 있다”며 강화군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담당부서는 “관련법이 없어 단속이 어렵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화군 화도면 흥왕리의 한 캠핑장 업주는 “그동안 군청이나 소방서에서 화재 점검 한 번 나온 적이 없다”며 “화재 사고 이후 불안해져서 소화전을 설치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에는 76곳의 캠핑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 중 3곳만이 관광진흥법상 야영장으로 신고됐고 나머지는 미신고 시설로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있다.
/김민재·김주엽·윤설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