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고통 “비온뒤 더해”
잇단 민원 지자체들 無대책
개발호재 불구 인구 감소세
“냄새가 말도 못해요. 저녁 밥 먹을 때, 아침 7시만 되면 꼭 그래요.”
23일 오후 2시40분께 동두천 송내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사는 김현경(63·여)씨는 2만여 명의 주민들이 양주지역에 위치한 축사와 음식물 처리장에서 발생하는 악취 때문에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비 온 뒤에는 악취가 더 심해 코를 막고 다녀야 할 정도지만 동두천시나 양주시 모두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동두천 신시가지 주민들은 2005년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이후 똑같은 민원을 들고 지자체를 방문하고 있지만 10년째 변한 게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하지만 주민들이 거주하는 동두천시와 축사가 위치한 양주시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 할 뿐 사실상 아무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동두천시는 축사와 음식물 처리장을 폐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양주시는 평생 축산업을 해온 주민들을 내모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맞서고 있다.
동두천소방서의 한 직원은 “악취 때문에 신시가지의 아파트에 살다가 2013년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다”고 말했다. 축산 분뇨나 하수구에서 나는 악취는 동두천소방서에서 시작해 신천변을 따라 아파트 단지 전체로 확산되고 있지만 지자체들은 10년째 아무런 대책 없이 고통을 주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악취와 관련돼 지난해 동두천시에 접수된 민원만 40건이 넘는다. 아파트에서 만난 윤모(78)씨는 “이사 온 지 5년 정도 됐는데 매일 해만 넘어가면 악취 때문에 창문도 열지 못하고 있다”며 “집값 하락을 우려해 민원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악취 때문에 이사를 하는 주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동두천시 역시 전철역 개통과 택지개발로 외부 인구가 유입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악취로 인해 오히려 인구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의회 홍석우(새·동두천1) 의원은 “지난 18일 기준 동두천시 인구는 9만7천348명으로 작년 말 대비 247명이 줄었다”며 “동두천 신시가지 주민들은 악취의 고통에서 신음하면서 하나둘씩 거주지를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답답해 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도와 동두천시, 양주시가 악취를 줄이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조속히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오연근·김명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