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책임을 묻는데 한계
연구자·기관·학술단체는
윤리위반 예방하고 사후조치로
공정한 조사 이뤄질 수 있도록
인식 재고를 위한 노력 필요
이완구 국무총리는 인사청문회를 앞둔 지난 2월 초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표절 의혹이 제기된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에 대해 “인용(표시 등)은 소홀히 했을 수 있지만 참조(문헌 명기)는 기본적으로 하려고 노력했다”며 “20년이 넘은 논문을 지금의 엄격한 잣대로 본다면 지적(표절 의혹)이 맞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각 언론에서는 당시 후보자의 논문 표절이 도덕성과 관련되어 있으므로 인사청문회에서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연일 주요 뉴스로 보도하였다.
이렇듯 표절을 비롯한 위조, 변조, 부당한 저자표기, 중복게재 등 연구부정행위의 문제는 연구윤리를 위반한 당사자 개인에게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즉, 당사자인 개인과 다른 연구자들의 신뢰 저하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계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사회 문제이다.
공직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마다 빈번히 문제가 되고 있는 학위논문 표절을 포함한 다양한 연구부정행위가 지속해서 재발하는 것은 학문(연구)활동에 대한 불신과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는 사안으로서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숙제 베끼기가 논문표절 됩니다”와 같은 기사는 초등학생에서부터 대학생은 물론 연구자에 이르기까지 부정직한 우리 사회의 우려스러운 풍조를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우리 사회는 대학 혹은 연구기관이나 학술단체의 연구자들이 지닌 전문성을 인정하고 높게 평가하는 만큼 그들에게 청렴, 공정성, 신뢰와 정직 같은 높은 도덕성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반면에 연구자들에게 가장 부족한 덕목으로 신뢰와 정직이 지적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이것이 연구윤리의 필요성이나 중요성을 바로 인식하고 준수해야 하는 이유이다.
연구윤리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연구부정행위를 예방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하며 연구부정행위가 발생된 경우에는 신속하고 공정하며 체계적인 검증(조사)이 불가피하다. 우리나라에서 연구윤리에 관한 제도정비는 2006년의 황우석 사건이 계기가 되었으며 2007년 교육과학기술부 훈령으로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이 공포되면서 본격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서울교대 이인재 교수는 연구윤리란 “연구자가 정직하고 성실하게 책임 있는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지켜야 할 원칙 또는 행동양식”으로서 연구자들에게는 의무이자 도리이며 원칙이다. 따라서 연구자들이 마땅히 준수하여야 할 규범으로 인식하고 연구를 수행할 때 연구의 진실성과 신뢰를 증진시킬 수 있다. 그러나 높은 학력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와 양적 성과를 중시하는 학계의 과열된 경쟁적 연구 분위기 속에서는 연구자들의 정직성이 약화될 가능성이 생기게 되므로 연구윤리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확립하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부정행위에 대하여 실제로 법적 책임을 묻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연구자 스스로의 노력과 학문공동체 차원의 윤리의식 제고가 필요한 이유이다. 그러므로 연구자는 연구부정행위가 나타나지 않도록 지속해서 자각하여야 하며 대학, 연구기관 및 학술단체 등에서는 우선 스스로 연구윤리 위반을 예방하고 사후조치로서는 공정한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성원 전체의 인식 재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바람직한 연구수행 또는 연구 진실성 확보를 위해서는 연구자들의 연구윤리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교육과 정책이 이루어져야 하며, 아울러 연구자는 연구수행의 전 과정에서 항상 주의 깊게 살피고 반성하여야 할 것이다.
/최일문 경동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