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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심전환대출'이 출시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은행 본점에서 안심전환대출 가입 희망자가 상품설명서에 개인정보를 기입하고 있다. 16곳 시중은행에서 출시된 안심전환대출은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낮은 고정금리의 장기 분할상환대출로 바꿔주며 금리는 연 2% 중반대로 현재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 3.5%보다 1%포인트 정도 저렴하다. /연합뉴스 |
수만명의 고객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지점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시달렸지만, 정작 은행 수익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일부 고객은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마저 깎아달라는 요구까지 해 은행들의 가슴앓이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 "며칠 동안 업무마비 각오"…정작 수익은 줄어들 전망
25일 안심전환대출 이틀째를 맞은 시중은행들은 전날에 이어 비상 운영체제를 가동하면서 대출 신청자를 맞아들일 준비를 하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밀집 지역 등 혼잡이 예상되는 지점들에 본사 직원 180명을 파견한 국민은행은 업무 마비 사태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민은행 세종로지점의 강석제 부지점장은 "대출 상담창구 직원들만으로는 부족해 팀장들과 본사에서 파견나온 직원들까지 모두 투입했다"며 "안심전환대출 신청자가 워낙 많아 며칠간은 야근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 이외의 대출은 당일에 꼭 나가야 하는 대출을 제외하고는 거의 처리를 못 하는 실정"이라며 "영업점을 방문하는 대출 신청자도 많지만 전화 문의 또한 폭주해 업무에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다른 업무에 차질을 빚을 정도로 안심전환대출 업무가 폭주하고 있지만, 정작 안심전환대출의 취급 자체는 은행 수익에 상당한 타격을 가할 전망이다.
평균 금리가 연 3.5%대에 달하는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2.6%대 낮은 금리의 안심전환대출로 바꿔줘야 해 순이자마진의 감소가 불가피하지만, 갈아타는 고객에게서는 중도상환수수료조차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유상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심전환대출로 전환하는 규모만큼 각 은행은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한 주택저당증권을 의무적으로 사들여야 한다"며 "이 증권의 이윤이 기존 주택대출의 이윤보다 낮은 만큼 순이자마진의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저금리 추세로 인해 2005년 2.81%였던 순이자마진이 지난해 1.79%까지 떨어졌지만, 안심전환대출 출시로 그 마진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증권가에서는 안심전환대출 출시로 인한 은행권 손실이 1천400억∼1천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 신규 고객도 "금리 내려달라"…은행들 불만 폭발 직전
은행들로서 더 큰 문제는 안심전환대출의 출시로 은행 고객들의 '대출금리 기대치'가 한껏 올라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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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심전환대출'이 출시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은행 본점에서 안심전환대출 가입 희망자들이 전용 창구에서 상담을 하고 있다. 16곳 시중은행에서 출시된 안심전환대출은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낮은 고정금리의 장기 분할상환대출로 바꿔주며 금리는 연 2% 중반대로 현재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 3.5%보다 1%포인트 정도 저렴하다. /연합뉴스 |
김씨는 "기존 주택대출자들이 전부 2.6%대 대출로 갈아타는데, 신규 대출자라고 해서 2%대 금리를 적용받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으냐"며 "각 은행을 돌아다니면서 2%대 대출이 가능한지 알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은 기존 주택대출에서 갈아타는 대출인데 이를 단순히 '금리 인하 요구권' 정도로 생각하는 고객도 적지 않다"며 "안심대출 출시로 고객들의 금리 인하 기대치가 한껏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의 우려는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2011년부터 고객이 부담하던 근저당권 설정비를 은행이 부담하면서 '대출 갈아타기'가 활발해졌고 현재 은행들마다 신규 주택대출의 상당 부분을 이런 차환대출이 차지하는데, 안심전환대출 출시 후 이러한 수요는 '올스톱'된 상태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안심전환대출 출시로 각 지점에서는 차환대출 수요가 뚝 끊긴 상태"라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안심대출로 빠져나가는 고객들을 붙잡기 위해서라도 대출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조변석개'하는 듯한 태도도 은행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3일 "전환을 원하는 사람이 많으면 5조원 한도에 얽매이지 말고 대출이 나갈 수 있도록 유연하게 대처해달라"고 말했으며, 당국도 올해 책정한 안심전환대출의 한도 20조원이 조기 소진되면 추가 공급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당국의 기류 변화에 고객들이 안심전환대출의 추가 공급만을 기다리면서, 차환대출 등이 크게 축소되고 대출금리가 추가로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이 은행들의 우려다.
전날 코스피지수의 상승에도 신한지주(-3.69%), KB금융(-2.51%), 하나금융(-2.2%) 등 은행 주가가 급락한 것도 이러한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은행의 수익성 강화를 항상 강조하면서 안심대출을 확대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서 "아무리 수요가 많더라도 은행의 수익성도 고려해 금융정책을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은행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안심대출에 시달리는데 수익은 크게 줄어 우리는 정말 '죽 써서 남 주는' 꼴이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