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깡을 아시나요?'
갖가지 신종 카드깡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주식인 쌀마저 카드깡의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양곡유통질서를 혼란시키고 있어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회사원 정모(36·안양시 호계동)씨는 자신이 갖고 있는 4개의 신용카드에서 총 500만원의 현금서비스를 받아 사용한뒤 최근 결제만기일이 잇따라 닥치자 사채업자를 찾아가 신용카드를 담보로 20%의 선이자를 포함, 600만원을 대출받아 급한대로 연체대금을 갚았다.
정씨에게 급전을 돌려준 사채업자는 정씨의 신용카드로 쌀을 구입한뒤 저가에 소매상에 되파는 수법의 '쌀깡'을 하고 대신 고리의 수수료를 챙겼다.
선이자 수수료 중 일부를 쌀 거래가의 차액(구입가-판매가)으로 메우고 쌀 거래를 통해 신용카드로 물품대금을 현금화해 손쉽게 돈을 챙기고 있는 것.
심지어 일부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까지 현금서비스를 통한 '카드 돌려막기'가 어려워지자 쌀을 대량으로 구입한뒤 이를 도·소매점에 되팔아 현금을 마련하는 '유사 쌀깡'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소매상들이 기존의 미곡종합처리장(RPC)이나 도매상 등과 직거래를 기피하는 탓에 쌀값 하락을 부추겨 양곡유통질서마저 문란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용인 쌀도매상인 Y유통 업주 이모(45)씨는 “쌀 카드깡이 만연되면서 직거래를 유지해오던 소매상들의 발길이 현저히 줄어들어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쌀도매상연합회 관계자는 “쌀이 일정기간 변질될 우려가 없는데다 감시망이 없다는 허점을 이용해 지난해부터 쌀깡이 급속히 퍼지고 있지만 대다수 업자들이 은밀하게 소매상과 거래하고 있어 정부나 사법당국의 단속이 어렵다”며 “신용카드로 쌀을 구입할 때 일정규모 이상 구입자의 신원을 파악하는 등 철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쌀깡' 기승 양곡시장 혼란
입력 2002-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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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0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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