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보다 최고 20점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던 수능 성적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가채점 결과와 일선 고교의 자체 집계결과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자 수험생과 진학담당 교사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상위권 학생들의 점수가 최고 10점가량 하락하는 성적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 향후 정시모집에서 중하위권 대학의 극심한 눈치작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진학지도에 큰 혼란이 빚어질 전망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7일 전체 수능응시자의 6.2%인 4만1천134명의 성적을 가채점한 결과, 5개영역 원점수 예상평균점수가 인문계는 208.8점으로 지난해에 비해 2.1점, 자연계는 236.2점으로 3.0점이 각각 하락해 전체 수능성적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재수생의 경우 지난해보다 5~20점까지 점수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지난해에 이어 강세가 점쳐지고 있다.

이같은 분석결과가 나오자 이날 도내 고3 교실은 정답을 맞춰본 학생들이 기대밖의 결과에 허탈해 하는 등 초상집 분위기를 방불케 했다.

수원여고 김연주(18)양은 “생각했던 점수가 안나와 내내 울었다”며 “수시모집에라도 지원하고 싶지만 내신성적관리가 안돼 걱정”이라고 말했다.

안양고 3학년부장 이건주(42) 교사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채점을 해보니 일부 상위권 학생들만 자기 성적을 유지했을 뿐 중상위권 이하 학생들의 성적은 큰폭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성남 서현고 윤승현(40) 3학년부장도 “일단 아이들을 다독거려 심층면접과 논술지도에 힘쓸 생각”이라면서도 “학생들의 충격이 너무 큰데다 재수생과의 격차도 크게 벌어져 진학지도를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난이도 조정 실패 외에도 자율학습과 보충수업 금지 등으로 이른바 '이해찬 2세대'로 불리는 수험생들의 학력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점수하락의 한 요인이 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