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도쿄~오사카(550㎞) 고속철도인 신칸센(新幹線)이 개통된 건 도쿄올림픽이 열렸던 1964년 그 해였다. 이어 1981년 프랑스의 TGV(테제베), 1991년 독일의 ICE(이체), 1992년 스페인의 아베(AVE)가 개통됐고 우리 경부선 KTX 개통은 2004년 4월이었다. 그러니까 KTX가 일본 신칸센에 40년 뒤진 거다. 그런 일본이 아직도 건설 중인 게 고속철도다. 경부 KTX 거리의 4배가 넘는 홋카이도(北海道)~카고시마(鹿兒島) 2천150㎞ 남북 종단 신칸센 개통이 내년으로 다가왔고 중부 지역인 나가노(長野)~가나자와(金澤) 228㎞의 호쿠리쿠(北陸) 신칸센 개통은 바로 지난달 14일이었다. 좀 뒤졌지만 중국 고속철도 건설도 한창이다. 중국 2대 도시인 베이징과 상하이 간 1천318㎞ 고속철도는 2011년 6월 개통됐고 경부 KTX의 약 5배 길이인 2천298㎞의 베이징~광저우(廣州) 남북 종단 고속철도 개통은 2012년 12월이었다. 그 덕에 2~3일 걸리던 명절의 베이징→광저우 귀향길이 8시간으로 단축됐다.

중국은 또 북부 내몽골과 남부 끝인 하이난(海南) 섬을 잇는 대륙 종단 철도 계획을 ‘21세기 해운 실크로드’ 건설의 일환으로 지난 1월 발표했을 뿐 아니라 대륙 동북쪽 끝인 하얼빈(哈爾濱)에서 모스크바를 거쳐 독일 베를린에 이르는 철도 노선과 남녘 쿤밍(昆明)에서 베트남→태국을 돌아 뉴델리→테헤란→터키→베를린 노선 등 유라시아 대륙을 타원형으로 연결하는 지상 최장의 철길을 2025년까지 완공한다는 거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9월 상트페테르부르크 G20 정상회담 때 러시아 푸틴 대통령에게 밝혔던 ‘철도 진출의 꿈’을 중국이 보란 듯이 펼쳐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때 박대통령은 부산에서 출발, 북향 북녘철도로 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게 꿈이라고 했다.

어제 서울~포항 KTX 개통에 이어 오늘 드디어 호남선 KTX가 역사적인 운행을 시작한다. 이제는 남향에 그쳤던 KTX 철마(鐵馬)가 북향 북녘으로 치달릴 차례다. 고속이 아닌 저속 완행이면 어떤가. 불과 20~30㎞만 연결하면 남북 철길의 접합수술이 완료, 끊어진 혈맥이 이어지는데도 못하고 있다니, 크나큰 민족의 비극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