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649곳중에 402곳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마감
공기짧고 비용 저렴해 선호

불에 잘타고 유독가스 발생
강풍 등 외부충격에도 약해
대형사고위험 속 규제 허술

인천지역 대부분의 도시형 생활주택이 화재, 강풍 등에 취약한 ‘드라이비트(Drivit)’ 공법으로 지어진 것으로 드러나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인천지역 도시형 생활주택 649곳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60%가 넘는 402곳이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드라이비트 공법은 콘크리트로 된 외벽에 스티로폼과 같은 단열재 등을 붙여 마감 처리하는 외단열시스템을 말한다. 다른 공법에 비해 공사기간이 짧고, 시공비가 저렴한 데다 단열효과가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어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다가구 주택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일반 석재보다 시공비와 시공기간이 3분의 1 수준으로 알고 있다”며 “2000년 대 이후 지어진 대부분의 공동주택은 드라이비트 공법을 사용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공법을 사용한 건물의 경우 화재가 났을 때 외벽을 타고 불이 빠르게 확산되는 데다 유독가스를 발생시켜 대형 인명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석고보드 등 다른 마감재보다 가벼워 강풍 등 외부 충격에 약하다는 단점도 안고 있다.

지난 1월 화재사고로 126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 아파트도 드라이비트 공법을 사용해 지은 건물이었다. 사고 당시 주차장 오토바이에서 시작된 불은 외벽을 타고, 삽시간에 고층까지 번졌다.

또한 지난달 9일과 11일에는 계양구 작전동과 효성동에서 외벽이 떨어진 사고가 발생한 빌라도 동일한 공법으로 지어진 건물이었다.

전문가들은 가연성 외장재로 인한 대형 사고 가능성이 높은데도 외부 마감재의 규제가 상대적으로 허술한 것이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천대학교 최돈묵(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드라이비트는 내부에 폴리에틸렌이나 스티로폼 같은 가볍고, 화재에 취약한 물질을 넣기 때문에 불이 났을 때 수직 방향으로 연소할 위험이 크다”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드라이비트 사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국토부에서도 법령 개정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맞춰 드라이비트 공법에 대한 관리·감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김주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