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호지역 인천대교 분기점까지
전문가 “희귀철새 서식지 훼손”
시민단체 계획 전면 수정 촉구
국토교통부가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송도습지보호지역을 관통하는 고속도로 건설계획을 세우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1일 국토교통부는 최근 실시한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안산 구간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총 21.3㎞ 구간 중 3㎞ 가량이 송도습지보호지역을 그대로 관통하는 것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송도습지보호지역 안에는 ‘인천대교 분기점(가칭)’도 설치한다고 덧붙였다. ┃위치도 참조
제2외곽순환도로는 인천, 문산, 동두천, 남양주, 안산 등 수도권 지역을 순환하며, 인천지역에서는 인천~김포구간과 인천~안산구간의 도로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인천시는 도로가 개통되면 오는 6월 부분 개장하는 인천 신항의 출입 차량을 분산시켜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제2외곽순환도로 인천~안산구간이 송도습지보호지역을 통과하는 데다 그 안에 분기점도 만들어지도록 계획돼 있다는 것이다.
인천 도심의 마지막 남은 갯벌로 불리는 송도 갯벌 습지보호지역은 세계적으로 2천여 마리만 남아 있는 저어새의 주요 번식지이고, 1만여 마리가 생존해 있는 검은머리갈매기의 서식지로서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7월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이러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도로건설 계획이 전면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하대학교 해양학과 최중기 교수는 “송도습지보호지역을 지나는 도로와 분기점이 건설되면 검은머리갈매기, 저어새 등 세계적 희귀종들이 더는 이 곳을 찾지 않을 것”이라며 “이렇게 된다면 습지보호지역을 지정한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인천녹색연합 장정구 정책위원장도 “분기점이 만들어지면 거대한 그늘이 생기게 되는데 이 때문에 (분기점 아래에 위치한) 갯벌들은 전부 고사해버릴 것”이라며 “인근 호안을 따라 도로를 건설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송도 6·8공구 호안을 따라 도로를 만들 계획도 검토해봤지만 토지 이용률이 낮아져 경제적 손실이 크다는 이유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제 겨우 예비타당성 조사만 실시한 것일 뿐”이라며 “환경부와 협의 과정에서 습지보호지역을 관통하는 부분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고, 이에 따라 계획이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김주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