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밍 라이츠(naming rights). 사전적 정의는 문화·스포츠시설, 프로구단, 건물 등의 명칭에 기업명 또는 기업의 브랜드명을 붙여 사용할 수 있는 권리다. 명명권(命名權)인 셈이다. 명칭사용권 또는 이름사용권이라고도 한다. 우리에겐 생소한 용어지만 외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프로야구때문에 네이밍 라이츠가 관심사로 등장했다. 기아차가 광주야구장 건립비용으로 300억원을 부담하는 대신 구장명칭을 ‘광주-KIA 챔피언스 필드’로, 수원 kt 위즈는 ‘수원 kt 위즈 파크’로 사용권을 따냈다. 한화도 대전 한밭 야구장 시설 개·보수를 약속하고 야구시즌에만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로 사용키로 했다.

메이저리그의 긴 역사를 가진 시카고 컵스의 홈구장으로 잘 알려진 리글리필드는 네이밍 라이츠 계약의 첫사례로 꼽힌다. 리글리는 미국 시카고에 기반을 둔 껌 회사로 1926년 계약을 체결했다. 콜로라도 로키스의 쿠어스필드, 밀워키 브루어스의 밀러 파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부시스타디움은 ‘미국 3대 맥주’로 꼽히는 쿠어스·밀러·버드와이저가 나란히 후원하는 구장이다. 시애틀 매리너스 홈구장인 세이프코 필드의 세이프코는 보험회사, 시카고 화이트 삭스의 US 셀룰러 필드의 US 셀룰러는 통신회사, 농구팀 LA 레이커스와 LA 클리퍼스가 홈구장으로 사용중인 스테이플스 센터의 스테이플스는 거대 사무용품 회사로 명칭사용에 거액을 투자했다.

오는 6월 완공을 앞둔 수원시립미술관 명칭을 두고 미술관을 지어 기부채납한 현대산업(현산) 측과 예술단체들 간의 갈등으로 뜨겁다. 현산과 수원시가 ‘수원시립아이파크 미술관’을 고집하는 반면, 사회단체가 ‘사용불가’를 내세우며 크게 반발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산의 미술관 기부채납 협약을 ‘순수한 기부행위’로 봐야 하는 지가 쟁점(爭點)이다. 인천도 문학야구장을 ‘인천SK행복 드림구장’으로 바꿨지만 논란에 휩싸였다. 문학(文鶴)이라는 의미있는 이름을 놔두고 인천과 무관한 SK라는 기업을 내세우는 것은 문제라며 인천시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네이밍 라이츠가 우리나라에서 쉽게 정착하지 못하는 것은 기업들이 홍보수단으로만 이용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네이밍 라이츠가 공감을 얻기위해선 공익이 우선돼야 하는데도 말이다.

/이영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