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고속도로에는 휴게소가 없다.

고속도로 주변의 부지매입비가 너무 비싸 타산이 맞지않고 단거리 구간이라서 휴게소가 필요없다는 것이 한국도로공사의 설명이다.

운전자들은 그러나 거리는 짧지만 넘쳐나는 차량들로 시도때도 없이 교통체증이 빚어지는 수도권 도로의 특성상 휴식공간으로서의 휴게소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공사가 이용객들의 편의보다는 돈벌이에만 급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도권 외곽순환 고속도로 판교∼구리간 구간의 경우 주행거리가 33㎞로 시속 70∼80㎞로 주행시 운행시간은 40여분을 넘지 않아야 하지만 실제 주행시간은 그날의 교통상황에 따라 1시간에서 3시간이상 걸린다.

주행거리가 58㎞인 판교~일산 구간도 출퇴근 시간때에는 운행시간을 측정할수 조차 없을 정도로 지체되고 있고 영동선 신갈~인천구간도 거리는 65㎞에 불과하지만 실제 운행시간은 1시간30분에서 3시간이상 소요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는 이런 상황은 외면한채 운전자들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를 미루고 있어 차량 연료가 부족하거나 급한 업무 처리를 위해 운전자들은 비싼 톨게이트 요금을 부담하고도 목적지와는 다른 톨게이트로 빠져 나가 연료를 충당하는 피해를 입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2시께 부평에서 출발, 고속도로를 이용해 수원으로 향하던 송모(28)씨는 차량 연료가 떨어지자 어쩔수 없이 안산 IC로 빠져 나와 연료를 보충한 뒤 다시 고속도로로 진입해야했다.

세살난 딸과 함께 판교~구리 수도권 고속도로를 이용, 퇴계원을 가던 박모(35·여)씨도 딸아이의 생리현상을 해결할수 있는 장소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서하남IC로 빠져나와 용무를 본 뒤 다시 운행하는 불편을 겪었다.

수원에서 의정부로 출퇴근 하는 공무원 김모(34)씨는 “퇴근 무렵이면 차들이 밀려 퇴계원에서 수원까지 3시간 이상 걸릴때도 있다. 차안에만 있으면 무료하고 졸립기까지한데 쉴곳이라곤 갓길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같은 사정을 악용해 고속도로에서는 금지된 불법 노점영업도 성행하고 있다.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오징어, 땅콩등 간식거리를 판매하는 잡상인들이 도로 한복판까지 들어와 영업을 하고 있고 자리를 둘러싼 싸움도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수도권지역 고속도로의 운행거리가 짧고 부지구입비도 너무 비싸 비효율적이라는 판단하에 설치하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최근 민원이 많이 제기되는데다 국정감사에서도 휴게소 설치 필요성이 거론돼 하남 인근에 휴게소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