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보고 점을 치는 페르샤 왕자/ 눈 감으면 찾아드는 검은 그림자/ 가슴에다 불을 놓고 재를 뿌리는/ 아라비아 공주는…’ 노래의 페르샤 왕자로부터 영감을 얻었을까, 아니면 페르시아신화의 지혜의 신 아흐라 마즈다의 계시라도 받았을까. 이란이 지난 3일 미 영 독 불 중 러 6개국과 역사적인 핵 협상을 타결했다. 12년간 지구촌 골칫거리였던 이란 핵 문제가 해결됨으로써 고대 페르시아제국 후예인 이란 국민이 열광했지만 이란이 선뜻 합의한 이유가 뭘까. 진정 중동 평화와 이란 경제를 위함일까 다른 이유도 있었을까. 3일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지는 ‘미 국방부가 이란 중부 포르두의 지하 핵 시설을 겨냥한 신형 지하 관통 폭탄인 벙커버스터(bunker-buster)를 개발, 지난 1월 중순 투하 실험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그 정보를 이란이 캐치했던 건 아닐까.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Khamenei)와 로하니(Rowhani) 대통령 등 국가 지도자가 관건이다. 아흐마디네자드 전 대통령 같은 강경파라면 핵 협상은 어림도 없었을 게다. 중도 온건파이자 개혁파인 로하니가 재작년 대통령이 된 건 이란 국민에게 축복이었다. 산스크리트어로 ‘고귀한, 고귀한 사람’이라는 뜻인 ‘ārya’에서 온 ‘Iran, 이란 사람’! 이제 페르시아 자존심으로 돌아갈 차례다. 하지만 이란인의 열광은 곧 식을지도 모른다. 6월 말 최종 합의까지 길은 험난하기 때문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6개국 합의가 지켜지는 한 우리도 약속은 지킨다”고 했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장관)도 “이란 핵 담판 마라톤은 이미 진입, 스퍼트 단계(伊朗核談判馬拉松 已進入刺階段)”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4일 연설에서 “성공은 보증되지 않았다. 최종합의까지는 일체의 합의가 안 된 거나 같다”고 선을 그었다.

이란 핵이 6월말 완전 타결되면 유일하게 남는 건 북한 핵 문제다. 하지만 북한은 이란 핵 협상 따위엔 관심도 없다고 했고 “우리의 핵은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의 존엄을 수호하고 세계 평화와 안전을 담보하는 보검(寶劍)”이라고 외쳤다. 6자회담도 싫다고 했고…. 역리(逆理)가 아닌 순리, 외세와의 협상으로 어찌 될 집단은 결코 아니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