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청 ‘외곽순환도로 조성’ 공문 불구
논의도 없이 ‘송도보호습지 지정’ 강행
환경단체 “환경부 반대 무마 정치 쇼”
市 “계획 단계에 불과해서 지정” 해명


인천시가 국토교통부의 제2외곽순환도로 분기점이 송도 매립지역에 설치된다는 계획을 알고도 해당 지역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추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개발 우선주의에 밀려 인천시의 습지보호정책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국토부가 제2외곽순환도로 인천대교 분기점을 송도매립지 인근에 추진(경인일보 4월 2일자 1면 보도)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도 인천시는 2009년말 이 지역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이에 앞서 환경부는 2009년초 송도 11공구 갯벌을 매립하겠다는 인천시와 환경영향평가 협의 과정에서 ‘송도 갯벌에 저어새와 검은머리갈매기 등 희귀 조류 대체 서식지를 마련하지 않으면 11공구 매립에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환경부의 입장 표명에 따라 인천시는 송도 국제도시 6·8공구와 11공구 등 두 곳에 6.11㎢ 규모의 습지보호지역을 지정하겠다며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 관계 부서에 이와 관련한 협의를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인천경제청은 ‘인천시가 예정한 6·8공구내 습지보호지역은 제2외곽순환도로 분기점 건설 계획이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인천시에 보냈다.

그러나 인천시는 이 공문을 받고도 도로 이전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예정대로 2009년 12월 송도습지보호지역 지정을 고시했다. 제2외곽순환도로 건설 계획을 알고 있었는데도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밀어붙인 것이다.

인천시가 11공구 매립을 통한 송도신도시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졸속 행정을 펼쳤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은 “도로 건설 계획을 알고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는 것은 시가 송도 매립을 위해 갯벌을 이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시가 반대 의견을 무마하기 위해 정치적인 쇼를 벌였다”고 비난했다.

시의 한 관계자도 “도로 계획을 알고 있었다면 이 지역을 (습지보호지역에서) 제외하든지 도로를 이전하도록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2009년 당시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담당했던 인천시 관계자는 “해당 지역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라는 환경부의 요청이 있었고, 당시 제2외곽순환도로는 계획 단계에 불과했기 때문에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고 해명했다.

/김주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