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관계 삼가고 철분제 미리 복용
전치태반은 태반이 자궁경부에 매우 근접해 있거나 자궁경부를 덮고 있을 때를 말한다. 태반의 위치는 임신 주 수에 따라 변하므로 전치태반은 임신 초기에는 진단할 수 없으며, 한 명을 임신하는 단태임신의 경우에는 임신 28주 이후, 둘 이상을 임신하는 다태임신의 경우에는 임신 23주 이후부터 진단할 수 있다.
자궁경부를 덮고 있는 전치태반의 경우에는 진통, 조기진통 등의 이유로 자궁경부에 변화가 오면 태반의 혈관이 파열돼 출혈이 일어난다. 위험요인은 매우 다양하다.
여러 번 임신한 경우, 임부의 나이가 많은 경우, 제왕절개술 수술력, 자궁경을 이용한 수술 혹은 인공유산을 받은 경우에 전치태반 발생 가능성이 높다. 또 자궁내막의 염증, 위축성 질병, 흡연도 전치태반의 위험인자다.
주요한 증상은 질 출혈이다. 임신기간 내내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통증이 없는 질 출혈이 발생한다. 대부분의 첫 출혈은 생명에 위험을 줄 정도로 많지 않고 저절로 멈추지만, 간혹 모체와 태아의 생명을 위협할 만큼 양이 많을 수 있다. 출혈은 임신기간 재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임신 후반기에 질 출혈이 있는 경우 전치태반을 항상 의심해야 한다.
전치태반을 진단하는 가장 간단하고 정확한 방법은 초음파 검사다. 초음파로 태반이 자궁경부를 덮거나 자궁경부에 가까이 있는지 확인한다. 전치태반으로 인한 질출혈이 심한 경우에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모체는 출혈성 쇼크 상태에 빠진다. 결국, 모체와 태아 모두의 생명이 위험해 질 수 있다.
임신을 성공적으로 지속해 분만하게 되는 경우에는 보통 임신 36~37주에 제왕절개수술을 한다. 그러나 모체와 태아의 생명에 위험을 주는 지속적인 출혈이 일어나면 응급 제왕절개술을 해야 한다. 전치태반을 수술하는 경우 태아의 자세나 이전 제왕절개 수술력 등의 다른 이유로 제왕절개수술을 하는 것보다 수술 중 출혈량이 더 많다.
보통 태반이 떨어진 후에는 태반이 자궁에 붙어 있던 곳에서 출혈이 일어난다. 그러나 정상 출산의 경우에는 태반 박리 후 즉시 자궁이 단단하게 수축하면서 태반이 부착되었던 부위의 혈관들을 압박하며, 이로써 출혈은 멈춘다.
반면, 전치태반의 경우에는 태반 부착 부위가 자궁수축이 잘 되는 곳이 아니라 자궁수축력이 약한 자궁경부 근처이기 때문에 출혈이 심하다. 최근에는 자궁적출술 전에 자궁동맥 색전술을 할 수도 있다.
자궁동맥 색전술은 혈관을 조영하여 출혈을 일으키는 자궁동맥 혈관을 찾아 색전물질을 주입해 막아서 지혈시키는 것으로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시행한다. 자궁을 보존할 수 있고, 응급 자궁적출술로 인한 합병증을 피할 수 있어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술은 영상의학과와 즉각적인 협진이 가능해야 하며, 시술 중에 대량 수혈 및 중환자 돌봄이 가능한 3차 의료기관에서 이뤄져야 한다.
전치태반을 진단받은 이후에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우선 전치태반이 진단되면 평소에 부부관계 등 자궁에 자극을 줄 우려가 있는 행동을 삼가고, 철분제를 매일 복용해 미리 출혈에 대비해야 한다.
/이지연 인하대병원 산부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