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모우감독 ‘西湖의 전설’ 재구성 뮤지컬 대성공
지자체 차원의 스토리콘텐츠 성과 이끌어 내
스토리텔링센터 설치·축제프로그램 개발 급선무


20년 이후의 세계 산업구조는 1, 2차 산업혁명보다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향후 15~20년 사이에 전개될 3, 4차 산업혁명은 3D 프린터와 인공지능 기술이 각각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미래사회가 기술혁신에 의한 신산업으로만 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물부족 현상의 심화와 바다의 자원가치 증대로 인해 물 산업과 해양산업은 더욱 중요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콘텐츠 산업의 기초인 스토리산업도 가장 유력한 미래산업의 하나로 거론된다.

스토리가 부를 창조하는 스토리 노믹스 시대의 도래는 이미 여러 영역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콘텐츠 회사 월트디즈니사의 2011년도 영업 이익은 75억 달러였는데, 도요타 자동차 회사의 영업이익 66억달러보다 많다. 영국의 동화작가 조앤 롤링은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의 성공으로 1조원 대의 부호가 되었으며 10년 후 재산 총액은 64조원에 도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해리포터 시리즈라는 판타지 스토리가 애니메이션, 영화, 캐릭터, 출판 등의 문화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생 효과가 무려 300조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던 영국인들이 스토리텔러 조앤 롤링의 몸값은 어느 나라와 비교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스토리로 성공한 도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2차대전으로 폐허가 된 영국의 코벤트리(Coventry)시는 도시의 전설을 이용하여 재생에 성공한 사례이다. 코벤트리시의 상징은 레이디 고다이버(Lady Godiva)라는 여성이다. 그녀는 11세기경의 실존인물로 무거운 세금으로 신음하던 농민들을 위해 알몸으로 말을 타고 시위를 벌여 결국 영주의 감세를 약속받은 숭고한 여성이었다. 고다이버 이야기는 문학과 미술, 음악, 캐릭터 등으로 다양하게 재현되고 있다. 중국의 항저우가 관광도시로 성공한 것도 도시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항저우의 역사와 문화, 전설과 민담을 흥미롭게 구성한 가무극 ‘송성천고정(宋城千古情)’은 매일 공연하지만 늘 만석이다. 항저우의 대표적 관광지인 서호(西湖)도 밤이 되면 실경 뮤지컬 ‘인상서호’(印象西湖)의 무대로 바뀐다. 장이모우 감독이 서호의 전설을 재구성한 이 뮤지컬은 2007년 초연 이후 매년 10만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으며, 공연 수익금만 연간 120억원이 넘는다니 대단한 성공이다.

우리나라도 이야기 산업의 중요성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 3월 ‘이야기 산업 진흥법’이 국회에 발의되어 국가 차원의 지원이 조만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경북 안동시의 경우 역사 인물을 스토리텔링한 창작공연에 집중 투자, 뮤지컬 ‘왕의 나라’와 ‘원이 엄마’, ‘퇴계연가’, ‘부용지애’ 등을 제작 공연하여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중 뮤지컬 ‘왕의 나라’는 고려 공민왕이 안동으로 몽진한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2011년 제작되었는데, 2013년부터 유료공연으로 전환된 이래 매회 입장권이 매진되었으며 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서의 초청 공연도 매회 매진을 기록하며 지자체 차원의 스토리 콘텐츠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성공사례만 보면 스토리텔링과 콘텐츠 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보이지만 시행착오가 더 많다. 우리나라 각 지자체의 스토리텔링은 관광지 안내에 활용하는 초보적 수준이다. 스토리텔링이 콘텐츠 산업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야기의 원천소재(One Source)를 발굴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도시의 수많은 이야기 가운데 성공적인 이야기는 감동과 흥미를 줄 수 있는 동시에 시대를 넘는 숭고한 가치를 지닌 이야기들이다. 지방정부의 역할은 지역 문화자산 중 감동적 서사의 ‘씨앗’을 발굴하여 다양한 콘텐츠로 제작되는(Multi Use) 스토리텔링 산업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이다. 그중 스토리텔링센터와 같은 기구의 설치와 스토리텔링 축제와 같은 프로그램의 개발이 급선무로 보인다.

/김창수 객원논설위원·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