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총장 눈치 기사 검열
기자들 ‘편집회의’ 의미없어
내용도 취업·퀴즈등 연성화

경기도내 대학 학보사들이 ‘편집권’마저 학교 측에 빼앗기고 있다. 일부 대학은 1면을 아예 홍보실이 독점하면서 학교 홍보지로 전락하는 등 ‘상아탑의 자존심’이 무너지고 있다.

■ 학교에 뺏긴 ‘편집권’

지난해 12월 3일자 경기도내 A대학교 학보 1면은 톱기사 등 3꼭지 바이라인(기자명)이 모두 ‘홍보실’로 채워졌다. 1면은 신문의 얼굴로, 그중에서도 톱 기사는 편집국장부터 각 부장, 평기자들의 신중한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하지만 A학보사는 학교 측이 결정한다.

A학보사 편집국장은 “올해부터 기자들이 쓰는 기사를 1면에 게재하는 것으로 약속받았지만, 아이템 선정은 학교 홍보실에서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B대학교 학보사는 편집회의 자체가 의미 없다고 말한다. 기자들의 취재 아이템을 편집국장에게 보고하지만, 주간 교수와 간사(교직원)가 주관하는 2차 회의에서 여지없이 ‘가위질’ 당한다. 학교 비판 아이템은 취재 착수조차 못한 채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B학보사 편집국장은 “이공계 실험실에 노후 장비가 많아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취재 계획을 냈지만 ‘학교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말만 들었다”며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돼 기자들도 학교 비판에는 소극적이 됐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기사 검열은 일부 대학에서도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B대학 관계자는 “발행인이 총장인 만큼 발행인의 의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과거와 비교해 취재환경이 열악해 교수가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 퀴즈가 전면배치되는 학보

시대별로 기사의 유형도 달라졌다. 경인일보가 1980년부터 최근까지 발행된 경기대 학보 1면에 게재된 180개 기사를 분석한 결과, 1980년대는 각종 강좌와 축제 등 학교 소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1990 ~2000년대 중반까지는 학교문제는 물론 정치와 사회문제를 비판하는 등 다양해졌다.

특히 1990년대 후반에는 교내문제를 비판적 시각에서 집중적으로 다뤘고 2000년대 초반은 국가보안법 폐지 등 정부 비판기사가 주류를 이뤘다.

또한 2008~2010년에는 ‘학점 잘 받는데 이유 있다’, ‘강의평가 공개서명운동’, ‘지도교수님 어디계세요’ 등 학업 관련 기사가 집중됐고 2012년 이후에는 취업 문제의 비중이 커졌다.

경기대 학보사 이지영(13학번·문예창작학·여) 편집국장은 “학보를 외면하는 학생들이 늘어 소지하기 쉽도록 신문 판형을 바꿨고, 독자가 재미있어 하는 스도쿠 퀴즈 등 ‘독자참여’ 면을 전면 배치하는 등 학보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강영훈·조윤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