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주, 박경리, 고은 등 한국 근현대문학의 대표 문인들이 손으로 직접 쓴 육필 원고가 일반에 공개된다.

오는 10일부터 인천 중구에 있는 한국근대문학관에서는 ‘한국문학의 큰 별들, 육필로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우리 문학 대표 작가 46명의 시와 소설, 비평 등 다양한 장르의 육필 원고 60점을 선보인다. 이렇게 전 장르에 걸친 작가들의 육필 원고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치 않다.

이번 전시는 ‘한국문학’과 ‘월간문학’, ‘세대’ 등 문학잡지 편집부에서 일하며 평생을 편집인과 문인 전문 사진가로 활동해온 인천 출신의 김일주(본명·김태영) 작가가 수집한 원고를 한국근대문학관에 기탁함에 따라 열리게 됐다.

문학관은 지난해 3월 김일주 선생으로부터 1t 트럭 1대, 이삿짐 포장 상자로 30여개 분량인 5천600여점을 기탁받아 꼬박 1년여의 분류 작업을 통해 전시할 원고를 추려냈다고 한다.

특히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전체 5부 가운데 2~3부 원고와 서정주 시인이 문학사상 1974년 4월호에 발표한 희곡 ‘장막희곡 영원의 미소’ 등을 비롯한 한국 현대 문학의 여러 명작과 문제작의 육필 원고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원고에는 모두 작가가 직접 고친 흔적이나 편집자의 교정·인쇄부호 등이 붉게 표시돼 있어 작품 창작과 제작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데, 학술적으로도 중요한 가치가 있다.

이현식 한국근대문학관 관장은 “펜으로 작품을 쓰는 시대가 아닌 만큼 이번 전시가 우리 문학사에 남는 기념비적 대표 작가들의 육필 원고를 볼 수 있는 마지막 전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4월 10일~6월 14일 한국근대문학관 기획전시실. 월요일 휴관. (032)455-7166

/김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