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면 정치도 못하고 권세가 밀어주지 않으면 기업 발전도 더디다. 그래서 들러붙게 마련이지만 찰떡 정도야 후딱 떨어지면 그만이지만 수술이 불가피한 건 유착 상태다. 그런데 정경유착의 ‘유착(癒着)’이라는 말은 의학 용어다. 외과 의사들이 수술 때 또는 회진(回診) 때 저희끼리 수군수군 주고받는 암호 같은 말이 어드히전(adhesion)이니 니팅(knitting)이고 그게 바로 ‘유착’이다. 모체의 태반이 자궁벽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상태가 ‘태반 유착’이듯이 하나의 장기, 기관(器官)이 생리적으로 관계없는 다른 장기 또는 다른 기관에 조직적으로 얽히고설키는 결합, 그런 상태가 유착이다. 머리끼리, 배끼리, 등끼리 붙은 샴쌍둥이의 이신동체도 다름 아닌 유착 상태다. 거기에 연결 고리 따위는 따로 없다. TV 앵커나 토론회 참가자들이 걸핏하면 일컫는 정경유착의 ‘고리’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유착이라는 말이 한국과 일본(유차쿠)엔 있지만 중국엔 없다. 그럼 돈+권력 유착이 중국엔 없을까. 목하(目下) 유착수술을 기다리는 인물은 전 최고 지도부의 일원이자 정치국 상무위원이었던 저우융캉(周永康)이고 그가 뇌물수수로 불린 재산은 900억元(약 16조2천억원)이라고 했다. 공개재판, 바꿔 말해 돈+권력 유착 분리수술을 공개한다니까 피깨나 흘리는 몰골을 구경할 참이지만 우리 정부가 선언한 부패 척결의 ‘척결’은 더 무서운 말이다. 생선처럼 뼈를 발라내고 살을 긁어낸다는 뜻이다. 그러자면 그 또한 피깨나 흘릴 게 뻔하다. 초등학교 중퇴로 2조원대의 기업을 일으켰고 국회의원 금배지까지 달았던 입지전적 인물 성완종! 산야에 봄꽃 흐드러지고 녹색 이파리 다투듯 돋아나는 희망찬 이 계절, 64세 한창나이의 자살이 너무 안타깝다.

하지만 그의 자살 후폭풍이 만만찮다. 어느 TV에선 ‘핵폭탄’이라는 소리까지 불거졌지만 핵폭발은 몰라도 미제(製) 토네이도 급? 더욱 아슬아슬한 건 성완종 뇌물 리스트에 오른 여권 실세 8명 중 ‘1원이라도 받았다면 정계를 은퇴하겠다’는 홍문종의원의 장담이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어어, 어어” 치켜든 칼에 힘이 빠지면서 오만상을 찌푸릴 그 사나이는 이완구 총리가 아닐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