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근 일본과 냉전 끝내고
경제·외교·군사적 이유로
밀월관계 유지하려고 한다
한일·한미·미일관계 달라져
이 상황에 조용한 외교는
범국민적 오해 살수 있다


일본에서 독도는 영유권 문제다. 일본은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자국민을 교육해왔고, 독도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고자 한다. 실제로 내년부터 일본 초등학교 5·6학년이 사용하는 모든 출판사의 사회 교과서에는 한국이 일본 고유의 영토인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기록된다. 또한 일본은 1954년부터 2015년 최근까지 일관되게 독도 영유권 문제를 일본인 재판관 오다와 히사기가 있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일본은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 목적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그 상대국인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

독도 문제에 관한 한 우리 외교부 전략은 ‘조용한 외교’다. 이 조용한 외교 전략은 일본의 전략적 영유권 주장을 허구적 도발이라 간주하고, 일본 정부의 전략적 선언·조치에 대해 외교장관이 일본 대사를 불러 의례적인 유감 표명을 한 뒤, 우리가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니 안심하라며 비분강개한 국내 여론을 진정시키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외교부는 역사적으로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무수히 많은 자료를 갖고 있으며, 유엔 국제사법재판소는 강제 관할권이 없어 한국 정부가 동의하지 않는 한 독도 문제는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다뤄질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외교부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조용한 외교’가 독도 문제 최선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 ‘조용한 외교’ 전략은 몇 가지 이유에서 범국민적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선 일본이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독도문제를 차세대 영토분쟁 이슈가 되게 교육해 이를 믿게 한다는 것이 불안하다. 일본은 일본 나름대로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이 교육과정을 통해 일본의 차세대는 한국의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가 부당하다고 인식하게 될 것이고 결국 일본의 독도 점유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신념으로 받아들이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둘째, 일본이 독도 문제를 유엔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경우 우리는 단순히 응하지 않기만 하면 되는지 걱정된다. 일본의 일방적 제소에 대한 우리의 거부는 일본으로 하여금 한국은 독도 영유권 재판에서 승소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재판에 응하지 않는 것이고, 이것은 한국의 독도 점유가 국제법적으로 불법이라는 주장을 할 수 있는 명시적 근거가 된다. 이는 양국 정부 모두 부인하지만 1965년 1월 11일 정일권 총리와 일본 국무대신의 밀사인 우노 소스케 중의원 의원 등이 체결했다는 ‘독도밀약’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본은 이 협약에 근거해 한국의 독도 지배를 용인해 왔는데 지난 2014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한국이 약속을 깼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정말로 터무니없는 외교 공세에 불과한 것인지 걱정스럽다. 1945년 8월 일본의 패망 이후 1952년 1월 18일 대한민국 국무원 고시 제14호에 발표된 ‘인접 해양의 주권에 관한 대통령 선언’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의 선진 어업으로부터 한국 주변의 어장을 보호하기 위해 독도의 동쪽에 ‘이승만 라인’을 긋고 일본 선박의 출입을 막았다. 독도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일본의 강력한 반대에 미국은 냉전 시대 자유진영의 분열을 우려해 한국의 독도 영유권을 인정했다. 결국 독도는 냉전시대 미국의 결정에 순응한 일본에 의해 우리 땅이 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과 같은 현실적 이유로 일본과 밀월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냉전은 끝났고 미국은 경제적/외교적/군사적 이유로 일본과 가까워지길 바라고 있다. 이 상황에서 여전히 ‘조용한 외교’가 최선책일까? 한일/한미/미일 관계가 달라진 상황에서 ‘조용한 외교’는 무사안일주의라는 범국민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제는 차세대를 위해 독도가 우리 땅이 되게 하려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조용한 외교가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주의라는 공무원들의 관습 때문이 더 이상 아니어야 한다.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