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사고 발생이유 못밝혀
단순한 경제사범 사건 마무리
선사비리·사건 연관 미제로
과거 ‘여론돌리기 수사’ 비난
누구를 위한 조사였던 걸까…


‘580.’ 세월호 특별수사팀에 의해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된 유씨 일가 및 계열사 임직원에 대한 1심 판결문에서 ‘유병언’이 등장한 횟수다. ‘세월호 특별 수사’는 결국 세월호 침몰에 대한 진상규명은 쏙 빠진 채 ‘유병언 수사’로 마무리된 꼴이 됐다.

인천지검은 지난해 4월 수사 개시 이후 송모(63)씨 등 계열사 임직원 12명과, 유병언의 장남 대균(45)씨, 부인 권윤자(73)씨 및 권씨의 동생 오균(65)씨, 유병언의 형 병일(76)씨, 동생 병호(62) 등 17명을 각각 횡령·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고, 1심 선고가 마무리됐다.

이들에 대한 1심 판결문 8개를 합치면 총 199페이지로 각각 많게는 97페이지에서 적게는 4페이지로 구성됐다. 유병언 등장 횟수가 총 580번이니 1페이지 당 약 3번꼴로 유병언이 등장하는 셈이다.

‘피해’라는 단어는 모두 409번 등장하는데, 이 단어는 ‘피해회사’ 또는 ‘피해교회(기독교복음침례회)’라는 단어로 완성된다. 피해자는 다름아닌 유병언 일가의 영향력이 미쳤던 곳들이다.

이들 판결문에서 ‘세월호’는 등장하지 않는다.

이들의 경영비리로 인해 세월호에 어떤 악영향을 미쳤고, 결국 침몰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는지는 판결문만으로 도저히 알 수 없다.

유씨 일가 등 피고인이 빼돌린 돈을 추징해도 이는 피해회사·교회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세월호 희생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세월호’라는 단어는 엉뚱하게도 유씨 일가를 숨겨준 도피 조력자들에 대한 판결문에서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유씨 일가에게 세월호에 대한 책임을 묻기 보다는 도주 경위를 설명하기 위한 점에서 그 성격을 달리한다.

세월호 수사는 누군가를 처벌해 세월호 희생자와 가족들의 아픔을 치유하자는 것보다는 ‘도대체 사고가 왜 발생했나’라는 궁금증을 해소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더 컸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시작한 검찰의 세월호 특별수사는 이같이 세월호 없이 단순한 경제사범 수사로 마무리됐다.

도주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검거하지 못하면서 선사 계열사의 경영비리가 세월호 침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구체적으로 밝혀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를 두고 세월호 참사의 실체적 진실과 상관없이 국민의 여론을 돌리기 위한 수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세월호 수사는 누구를 위한 수사였던 걸까. 유씨 일가와 계열사 임직원들이 수 년간 감옥에서 지내다 나왔을 때는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은 참사의 진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을까.

인천변호사회 세월호일반인희생자 지원 특별위원장 김상하 변호사는 “결국 유병언의 죽음이 결국 세월호와 이 사건을 연결짓지 못한 것이고, 이들을 경제사범으로 몰아갈 수밖에 없는 법적인 한계가 있었다”며 “유씨 일가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