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오후 2시께 세월호 실종학생 단원고 2학년 2반 고 허다윤 양의 아버지 허흥환(51)씨는 이날도 어김없이 서울 광화문광장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새까맣게 타버린 얼굴에 거무스름한 수염의 허씨는 이따금 보이는 미소조차 깊게 파인 주름에 가릴 정도로 쓸쓸한 모습이었다. ‘딸의 흔적이라도 찾아달라’는 외침으로 시작한 1인 시위는 지난 2월 27일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뇌종양 신경섬유증’이라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허씨의 아내도 딸 다윤이가 잠들어 있는 진도에서 1인 시위 중이다.
건강이 염려돼 상태를 묻자 허씨는 “관절염, 디스크 등 안 아픈 곳이 없지만 다윤이 생각을 하면 내가 아픈 게 대수겠느냐”며 “아프다고 말하는 것조차 딸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마치 버릇처럼 되뇌었다.
며칠 후면 세월호 사건은 1주기를 맞지만 허씨는 딸의 기일조차 정하지 못했다. 딸의 뼛조각 하나, 물건 하나라도 찾고 싶은 마음이지만 허씨의 외침에 답해야 할 정부의 인양 논의는 더디기만 한다.
허씨는 “잠수로 인한 실종자 수색이 불가능하다면 하루빨리 선체 인양을 결정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지금 마음 같아선 차라리 유가족이 되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정부가 세월호 인양에 대해 많은 기술적 검토를 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하루빨리 인양이 결정되지 않으면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허씨는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정치도 모르고 보상논의도 모른다”며 “다만 선체 인양을 통해 딸의 흔적이라도 찾고, 딸이 왜 죽었는지를 속 시원하게 알고 싶을 뿐이다”고 말했다.
/권준우·조윤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