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 경영비리 파헤쳤지만
법원의 1심 판결문만 보면
‘세월호’는 언급조차 안돼
참사책임 누구에게도 없어


‘세월호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다. 수백 명의 인명을 앗아간 참사 직후 세월호 특별수사팀까지 가동됐지만, 당시 수사로 진상 규명이 이뤄졌다고 보는 이는 없다.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의 아픔도 1년 전 그대로다.

자신들에게 ‘부정적 낙인’을 찍는 외부의 시선을 견디는 것도 유가족의 몫이었다. 세월호 참사 210일째였던 지난 해 11월 11일, “말할 수 없이 힘든” 심정으로 수색 중단을 요청했던 실종자 가족의 눈물은 아직도 남아 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세월호 사건, 1년을 짚어 본다. ┃편집자주

304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세월호 참사. 사고 1년이 지난 지금 세월호 침몰이 선장이나 승무원 등 한 개인의 실수나 잘못 때문만이라고 믿는 이는 없다. 그렇다면 세월호는 도대체 누가 침몰시킨 것인가. 사고 이후 세월호 특별수사팀을 꾸린 인천지검은 “어두운 바다 속 잠수부의 심정으로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공언했다.

검찰은 참사의 원인으로 세월호 선사 계열사의 경영비리를 지목했고, 계열사 우두머리인 유병언(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은 동시에 ‘공공의 적’이 됐다. 그를 붙잡으면 마치 모든 일이 해결될 것 같았다.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유병언의 신출귀몰한 도피행각은 지난해 7월 22일 그가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마무리됐다.

이후 장남 대균(45)씨와 도피 조력자들이 줄줄이 검찰에 붙잡혔고, 1심 재판이 하나 둘 끝나면서 관심도 점차 멀어져 갔다. 그렇다면 세월호 특별 수사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혀냈을까.

놀랍게도 장남 대균씨를 비롯한 유병언의 부인 및 형제, 세모그룹 계열사 임직원의 횡령·배임 등 사건에 대한 1심 판결문에는 ‘세월호’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검사의 ‘공소사실’은 물론 판사의 ‘양형이유’에도 세월호는 없었다.

판결문만 두고 본다면 10여 명의 피고인 중 세월호 참사와 관련이 있거나 그에 대해 책임을 진 이는 아무도 없는 셈이 되는 것이다. 형사재판은 가해자인 ‘피고인’이 있으면 당연히 ‘피해자’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들 판결문에는 세월호 희생자가 피해자로 등장하지 않는다. 가해자도 유씨 일가였고, 피해자도 유씨 일가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의 판결문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유병언’이다. 세월호는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희생자와 그들의 가족, 친구, 국민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 줬지만, 정작 정부가 가해자라고 지목했던 이들은 진짜 가해자가 아니었다.

그들의 경영비리가 세월호의 무리한 증축과 부실에 영향을 미친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결국 지금 남은 것은 유병언의 장남 대균씨에 대한 10쪽 짜리 1심 판결문 뿐이다. 진실을 인양하라는 목소리가 1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