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벚꽃이야 내년 봄 또 피고 비발디 ‘4계(季)’와 글라주노프(Glazunov), 하이든 등 4계도 언제든 연주는 가능하다. 하지만 단 한 차례 인생의 봄과 4계는 다시 올 수 없다. 그런데 올봄에도 눈물겹도록 놀라운 광경이 일본 중부 기후(岐阜)현 모토스(本巢)시에서 벌어졌다. 천연기념물 ‘우스즈미(淡墨) 사쿠라’가 만개한 거다. 벚꽃나무 수령이 무려 1천500년이 넘고 나무 둘레가 9.9m나 되는 거목으로 사방에 지팡이처럼 버팀목을 잔뜩 받치고 서 있는데도 해마다 봄이면 벚꽃이 만개한다. 1천500년이 넘게 살고 있다면 동로마제국 시절부터, 백제 무령왕릉 시대부터 그 자리에 버티고 서 있었고 미개한 왜국이 백제로부터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던 그 모습부터 묵묵히 지켜보고 있던 연륜 아닌가.

나무가 얼마나 오래 살고 해마다 4계를 멋지게 누리는지를 알면 숨이 멎을 것 같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시에라네바다 산맥 서쪽 산록인 해발 2천m 고지엔 ‘시쿼이어 자이갠티어(Sequoia Gigantea)’라는 나무의 제왕이 버티고 서 있다. 둘레가 45m, 키 120m의 그 나무는 수령이 물경 3천600년이다. 석가모니가 눈을 감아 열반에 들 때 이미 1천살이 넘었고 예수 탄생 때도 1천600살이 넘었다. 그 나무가 얼마나 유명한가는 ‘시쿼이어 국립공원’이라는 이름이 그 나무 이름에서 왔다는 것만으로도 증명한다. 인간은 일회용 인생 4계를 고이, 온전히 누린다 해도 100년에도 못 미친다. 이 인생 4계를 그런 고목들이 굽어본다면 얼마다 가소롭다, 긍휼히 여길 것인가.

3천600살? 더 오랜 고목도 있다. 일본 남쪽 가고시마(鹿兒島)현 야쿠시마(屋久島)엔 더더욱 놀랍게도 7천200년이나 된 ‘죠몬스기(繩文杉→새끼줄무늬 삼나무)’가 있다. 사진만 봐도 입이 벌어진다. 우리 땅에도 울산 떡갈나무, 울릉도 향나무는 2천살이다. 동물도 오래 산다. 심해조개 400년, 고래 200년, 거북 177년이다. 한 번뿐인 인생 4계. 그나마 여름, 가을로 끝내기엔 너무 짧고 허망하다. 그런데 ‘새가 죽을 때 그 울음이 슬프고 사람이 죽을 때 그 말이 착하다’는 게 논어 말씀이다. 한 번뿐인 인생 4계, 그 누구든 마지막 말만은 착하고 진실했으면 싶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