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전각 인생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의미 전시
작품 속 한글 오염시키는 최근 세태에 쓴소리도


서예·전각가 청람(靑藍) 전도진(67)이 자신의 ‘씀과 새김’의 인생 50년을 정리하는 전시를 연다. 지난 2001년 서울과 인천에서 첫 개인전을 가진 이후 14년 만에 여는 두 번째 개인전이다. 지난 10일 인천시 남구 관교동 ‘청람서예전각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대뜸 원고를 손 글씨로 쓴다는 조정래 소설가의 이야기부터 꺼냈다.

“최근 조 선생의 강연을 들었는데, 우리나라 문인 1만5천여명 중 컴퓨터를 쓰지 않는 사람이 딱 2명인데, 조정래와 김훈 둘이라더라”며 “서예도 비슷한 운명을 걷고 있는데, 요즘 사람들이 모두 기계를 붙들고 살고 있어 정신이 메말라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가 자신의 서예·전각인생 50년을 뒤돌아보고 반성하는 의미의 전시라고 정의한 그는 최근 서단(書壇)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태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한글이 만들어진 지 500년이 넘었는데, 지금 서단의 작가들이 한글을 오염시키는 수준을 넘어 모독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를 사람이 가고, 차도에는 차가 다니는 것처럼 글에도 서도(書道)라는 것이 있는 데 지켜지지 않아 안타깝다”고도 했다.

작가들이 작품에 한글을 거꾸로 뒤집어 쓴다거나 심지어 새로운 글자를 만들어 내는 것을 꼬집은 것인데, 그는 “한글을 제멋대로 쓰는 것은 제멋대로 오선지에 줄을 더 긋는 것과 다름없다”며 “올바른 길 안에서도 자신만의 글을 표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청람은 한때 서단에서 ‘전통 서법에 도전한다’거나 ‘체제에 역행한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가 50년 가까이 서예를 경험하고 내린 결론은 작품 활동에 있어 근본을 알고 정도를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서단의 동료를 비롯한 후배 작가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뿌리가 든든한 나무는 거센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듯이, 작가들은 소신을 가지고 세상에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작가적 자유를 주장해야 합니다. 그게 양심입니다.”

청람의 전시는 15일부터 서울 인사동 라메르 갤러리에서, 24일부터는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각각 열린다.

/김성호기자
자료/전도진 작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