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난동’ 자극적인 언론
CCTV영상 공개로 ‘이슈화’
인터넷 비판글 상처만 남아
“동정 받는것도 불편” 호소


세월호 유가족은 혈육을 사고로 잃은 슬픔에 더해 외부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하는 ‘이중의 굴레’ 속에서 지난 1년을 살아 왔다. 시간이 흘러도 슬픔은 잊혀지지 않았고, ‘세월호 얘기는 이제 그만하자’거나 ‘언제까지 세월호 타령이냐’는 식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비수처럼 가슴에 꽂혔다.

누구에게 동정을 받는 것조차 위로가 되지 않고 오히려 불편한 일이었다. 유가족이란 꼬리표를 가능한 숨기려고 하는 게 세월호 사건을 겪은 이들의 심정이다.

■ 세월호 유족 = 폭력 집단?

최근 안산 호프집 폭행 사건에 연루된 유가족들은 하나같이 경인일보의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연결된 전화에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세월호 진상 규명을 정부에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 사건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고, 다시 거론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유가족들에게 피해가 가지나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안산 호프집 폭행 사건이 남긴 흔적은 깊게 남아 있다.

지난 달 4일 새벽 안산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은 ‘세월호 유족 또 난동’, ‘세월호 유가족 또 다시 폭행 사건 연루’ 등과 같은 제목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폭행 당사자가 세월호 유가족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파장이 컸다. 호프집의 CCTV 영상까지 나올 정도로 이슈가 됐다.

당시 이 기사와 관련된 인터넷 댓글에는 “세월호 유가족이 벼슬인줄 안다”, “호의를 계속 베풀면 그게 권리인 줄 안다”, “특권 의식을 갖고 있다”는 등의 비판글이 올라와 유가족들에게 상처가 되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폭력 행위가 있었던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또 당시 벌어진 일들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점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게 된 과정에 대해서는 석연치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다.

세월호 유가족이라고 해서 폭행 사건에 연루되면 안 될 일도 없는데, 세월호 1년을 앞둔 상황에서 발생한 이 사건에 유가족 전체에게 부정적 프레임을 덧씌우는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 “세월호 유족, 숨기고 싶다”

=최근 광화문 집회 현장을 다니는 세월호 유족 이모(44·여)씨는 “세월호 유가족이라고, 어디서 얘기하지도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씨는 “말을 한다고 해서 온전한 이해를 구하는 것도 무리라는 것을 알고, 그렇다고 동정을 받는 것도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다른 사람들에겐 주변에 세월호 유가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피해”라며 “일상 생활에서 유가족이란 사실을 숨기며 살았고 다른 유족들도 마찬가지다”고 전했다.

/김명래·권준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