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 못한 재난·재해로
고통 받는 우리 이웃들
따뜻한 마음으로
나눔을 실천하는게
그들에겐 희망입니다
유자를 따는 사람들은 정작 유자의 향을 잘 모릅니다. 향기란 여유롭게 누리는 사람들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유자의 향기가 그 밭의 여기저기에 퍼져 있더라도 ‘오늘 얼마나 많은 유자를 따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이들에게 유자 향기란 남의 이야기입니다. 마치 동해안 오징어잡이 배의 불빛을 멀리서 바라볼 때 아무리 밝고 아름다워도 그 불빛 아래서 작업하는 이들에게는 고통이듯이 말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열광하는 시대일수록 그 뒤에 숨겨진 것도 챙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것을 대할 때도 그렇습니다. 향기로운 것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해마다 적십자 모금은 녹록지 않습니다. 법과 제도가 이를 충분하게 뒷받침해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로용지에 의한 모금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도 지로용지에 의한 전통적인 모금방식에 이러저러한 말도 있지만 적십자의 브랜드가치가 있기에 적십자의 이름을 보고 많은 이들이 참여해 주고 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모금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국회의원회관을 찾았습니다. 국민과 함께하는 적십자의 새로운 희망 만들기 ‘희망풍차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희망명패 달기 캠페인을 위해서 였습니다. 매월 3만원 이상 계좌이체로 정기회원이 되어 사랑을 실천하는 가장 아름다운 모금캠페인입니다. ‘000님의 기부금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됩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깔끔하게 디자인된 명패를 의원회관에 달았습니다. 김용남(수원), 유의동(평택)의원이 먼저 달아줬습니다. 몇몇 의원은 구두로 약속했습니다. 50여명의 경기도 출신 의원 방 입구에 아름다운 명패가 걸리게 계속 달려갈 것입니다. 의왕시의회 의원 모두가 희망명패를 달았습니다. 적십자정신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마음으로 사랑의 끈이 이어져 나가길 기대합니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은 인생을 사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고 다른 이들에게도 해를 끼치게 된다. 인간의 모든 실패는 이런 유형의 인물에서 비롯된다”고 말했습니다. 나 혼자 잘 살 수 있는 세상은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남의 불행은 전혀 나와 관계가 없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이웃동네 재난은 꼭 이웃동네만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이웃이 따뜻해야 나도 훈훈할 수 있습니다. 눈보라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 연대하는 펭귄처럼 어려운 이웃들을 보듬고 보살피며 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나라마다 적십자 모금방법은 다릅니다. 일본은 우리나라 전경련과 같은 경단련 회장이 적십자사의 비상근 부총재직을 수행하고 있으며, 기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적십자회비 고지서에 경단련 명의를 사용합니다. 벨기에는 모든 보험가입자가 지불하는 보험료의 0.15%의 혜택을 매년 적십자에 부여하고 적십자사 전화요금의 50%를 할인해 줍니다. 독일과 프랑스는 자선우표 일정액의 이익을 적십자에 제공합니다. 스페인·콜롬비아·멕시코 등은 적십자 복권을 발행합니다. 코스타리카는 교통위반 범칙금의 15%를 적십자로 배정하는 등 나라마다 적십자 모금에 적극적입니다.
‘인류가 있는 곳에 고통이 있고, 고통이 있는 곳에 적십자가 있다’는 말처럼 적십자는 전쟁의 참화 속에서 인류의 고통을 경감하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고통으로 얼룩진 사람들을 위해 적십자는 언제나 가장 먼저 달려갑니다.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지원 구호활동을 위해 단원고 현장에도 제일 먼저 나섰습니다. 올해 초 의정부 아파트 화재 이재민을 위해 재난구호품 지급과 급식봉사에도 발 빠르게 나섰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예견하지 못한 크고 작은 재난과 재해들이 발생하여 이웃들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재난구호의 현장에서 떠올리는 아이콘이 있다면 ‘그것은 레드크로스(red cross)의 적십자 마크’라고 많은 이들이 말합니다. 행복한 사람은 행복한 동행을 추구합니다. 적십자 모금에 참여하는 것은 희망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입니다. 당신이 나눔의 향기를 이웃에 전하는 것입니다. 나눔을 위해 보낸 삶이 오직 열매 맺는 삶입니다.
/김훈동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