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차별화는 ‘품(品)과 혼(魂)’을 담아야
자신만의 분야에 집념어린 ‘장인 정신’ 필요
자부심과 목표 이루려는 ‘강한 의지’도 필수


필자는 졸저 ‘기업 생로병사의 비밀’의 출판 이후, 한 기업의 미래 비결이 무엇일지 질문을 받곤 한다. 그런데 사실 그 답이 쉽지 않다. 기업 판세가 워낙 변화무쌍할 뿐 아니라, 밀림에서의 경쟁과 같아서 우발적인 생존비결이 난무하기 때문에 미래의 생존 요인을 한마디로 정리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믿는 가장 강력한 비결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세상에서 독보(獨步)적 존재가 되는 것이다. 독보적 존재란 많은 사람의 무리에서 벗어나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것, 즉 다른 곳에서는 절대 찾을 수 없는 존재를 말한다. 영어권에서는 ‘온리 원(only one)’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 표현의 의미도 좋다. 결국 ‘너만이 할 수 있어’라는 경지에 올라야 ‘독보’가 된다. 미묘한 흥분을 주는 말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경지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쉼 없는 훈련으로 내공을 쌓아야 겨우 도달할 수 있다. 이렇게 높은 경지라고 해서 이 비결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글로벌 기업에만 해당할 것으로 생각하면 오해다. 작은 골목 안의 자영업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세상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유일한 된장찌개, 최고의 건강을 주는 김밥, 뭐 이런 것들이 미래를 지배하는 비결이 된다는 것이다.

미국 페이팔 기업의 창업자인 ‘피터 틸’은 요즘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다. 그의 책 ‘제로 투 원(Zero to One)’의 선풍적인 인기 때문인데, 그 인기는 그가 금융과 IT기술의 융합분야인 ‘핀테크(FinTech)’의 원조기업인 ‘페이팔(PayPal)’을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그는 신생 창업자들에게 간결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세상에 없는 것을 개척하여 독점적 가치를 누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1 to n’의 생각에서 벗어나, ‘제로 투 원’으로 전환하라고 권장한다. 이 권장은 언젠가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했던 ‘블루오션’ 개념과도 맥이 통하는 말이다.

독보적인 존재가 성공한다는 메시지는 실제로 많은 석학과 영웅들의 삶에 담겨있다. 세계적인 생물학자이자 하버드대 교수인 윌슨 박사가 젊은 과학자들에 권장하는 글에 의하면, 그는 한마디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도전하라고 말한다. “총소리와 떨어져서 행진하라. 군대에서는 총소리에 맞춰서 행진해야 하지만 과학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즉, 무리를 따르지 말고 사람이 적게 다니는 길로 걷는 과학자의 성공을 권장하는 것이다.

조선의 성군 세종(世宗) 임금도 그의 생각 속에 ‘이(異)’와 ‘별(別)’을 깊이 박아두고 ‘다름’을 존중하는 자세를 잃지 않았다. 이런 철학적 입장이 세종실록에 수도 없이 많이 담겨있으며, 그의 많은 업적의 내면에 스며들어 있다. 1429년(세종11년)에 편찬된 ‘농사직설(農事直說)’의 서문에서 “오방(五方)의 풍토가 같지 아니하여 곡식을 심고 가꾸는 법이 각기 적성이 있어 옛글과 다 같을 수는 없다”고 말하며 농법의 차이를 직시하고 있다. 그의 최대 업적으로 꼽히는 한글(훈민정음)의 창제 동기에도 역시 “나라말이 중국과 달라 한자와 서로 통하지 않는다”라는 차별성 철학이 깊이 작동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의 시선으로 보면 당연한 말로 들리겠지만, 중화사상에 물든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사고였음을 간파해야 한다.

실제로 마케팅 교과서의 제 1계명이 바로 차별화라는 것을 기억해 보자. 그것은 남과 달라야 시장에서 살아남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차별화한다고 해서 겉모습의 치장만을 떠올린다면 그건 잘 못 이해한 것이다. 진정한 차별화는 민낯에 분칠하는 선으로는 절대 도달하지 못한다. 자칫하다간 손님의 관심을 잃는 ‘분칠한 퇴기(退妓)’가 될 수 있다. 진정으로 남과 다르기 위해서는 ‘품(品)’과 ‘혼(魂)’이 담겨야 한다. 여기서 ‘품’이란 장인으로서의 집념이자 책임감이다. 자신만이 한 분야의 가장 깊은 속살을 보고야말겠다는 집념 어린 장인정신을 말한다. 이는 제조업에도 적용되며 국숫집 같은 작은 식당에도 적용된다. ‘혼’이란 자신만의 정신과 열정이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저 높은 목표를 이루고야 말겠다는 의지 등을 이르는 말이다. 독보적 경지에 오르려는 기업들의 묵묵한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손동원 객원논설위원·인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