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한 유명 사립 고등학교가 학생들의 의견 수렴과 동의 없이 철학 과목을 신설한 뒤 현직 교장의 자녀를 해당 과목의 교사로 채용한 것으로 드러나 공정성 논란과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14일 수원공업고등학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교장을 위원장으로 한 2015학년도 교육과정위원회를 열고 보통 교과의 생활·교양과목 영역으로 철학과목을 신설키로 했다. 이에 따라 수원공고는 지난 3월부터 학생들의 철학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수원공고는 도교육청이 교육과정 총론을 통해 학교가 자율적으로 과목을 신설할 경우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하도록 권고한 고시 내용을 무시, 학생 의견수렴은 물론 별도의 동의 절차 없이 신규 과목을 신설했다.

일부 학생들은 “공업계 특성화 교육이란 학교 성격과 ‘철학’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며 반발하고 있다.

학교 측은 철학교과 신설 후 교장의 딸 A씨를 정규 교사로 채용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교장은 3차 면접 전형의 학교 측 평가위원으로 참여해 A씨의 면접을 본 것으로 확인, 공정성 논란과 함께 특혜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은 사립학교 교원인사 실무 편람에서 정규교사 신규 채용 시 평가위원이 응시자와 직·간접적으로 이해관계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제적 및 회피 신청토록 권고하고 있지만, 학교 측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학교 관계자는 “친인척이 응시한 시험에 교장이 면접관으로 참여해 공정성을 훼손했다”며 “과목을 신설하자마자 친인척을 채용해 결과적으로 내정자를 염두에 뒀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평가위원을 결정하는 것은 임면권자인 재단 이사장의 권한이며 절차상의 문제는 없었다”며 “학생들의 바른 인성 함양을 위해 철학과목을 신설한 것이지 특정인을 채용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도교육청은 수원공고 교사 채용과정에서 친인척인 교장이 면접관으로 참여했다는 내용의 민원을 접수해 현장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조윤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