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50만명 타는 중국 왕래 선박
커피포트 등 전열기기 사용 ‘허다’
화재 대비 방화문 파손된 채 방치
엔진룸 출입 제한없어 ‘위험천만’


인천과 제주를 오갔던 연안여객선 세월호. 극한 위기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참사로 이어졌다. 승객과 선원 대부분이 한국인이라 의사 소통에 문제가 없었고, 침몰지역은 연안으로 해경의 신속한 출동이 가능했지만 304명이 희생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분노했다.

국제여객선의 경우 승객과 선원의 국적이 서로 다르고, 멀고 먼 공해상(公海上)을 항해한다. 안전이 더욱 강조돼야 할 국제여객선이지만 여전히 곳곳이 위험에 노출돼 있고, 안전과 보안은 허술함을 드러내고 있다.

경인일보 취재팀이 평택항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국제여객선에 탑승해 화재와 테러 등 안전·보안 실태를 확인한 결과 세월호 참사 이후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평택에서 중국 5개 도시로 향하는 국제 여객선을 이용하는 승객은 매년 5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해운사들은 매번 기본적인 안전조치도 없이 십여 시간을 운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에 따르면 평택에서 중국으로 가는 여객항로는 웨이하이·룽청·롄윈강·옌타이·르자오 등 5개로 대룡해운·교동훼리·일조국제훼리·연운항훼리·연태훼리 등이 지난 2001년부터 차례로 취항했다.

항로거리는 389~734㎞, 운항시간은 적게는 12시간에서 많게는 22시간 이상으로 공해상을 거쳐 한-중을 오간다. 또한 평택항의 모든 해운사는 세월호(배수량 6천825t)보다 배수량이 4배 가까이 크고, 600~700명의 승객이 탑승하는 초대형 국제 카페리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해운사들은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 여전히 안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국제여객선 대부분은 선실 및 복도 등 선내 흡연은 물론 커피포트 등 전열기기를 이용하는 승객들도 허다했지만 누구도 이를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화재에 대비한 방화문은 일부 부숴졌고 대부분은 걸쇠로 고정됐다.

더구나 승객 다수는 60~70대 한·중 ‘보따리상(일명 따이공)’들로, 비상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피가 어려운 데다 우리말을 능숙하게 하는 승무원도 부족했다.

보안문제는 더 취약했다. 승객들의 접근이 엄격히 통제된 엔진실과 화물칸은 통제하지 않아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했고 위험물질 보관 등의 우려로 개인물품을 선내에 두고 내릴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오히려 해운사 측은 개인 사물함을 설치해 임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평택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국내·외 선박의 안전은 기본적으로 선박안전법을 따르지만 아직도 안전과 보안에 취약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중국 웨이하이·룽청/민웅기· 강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