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선 쿠바(Cuba)를 ‘구빠(古巴:고파)’라고 한다. 쿠바 하면 ①사탕수수공화국 ②누런 두루마리 시가(담배) ③미국 다음으로 오랜 1878년 시작해 올림픽 금 3번, 월드컵대회 우승 25번 등 야구의 나라 쿠바부터 연상할지 모르지만 카스트로의 연인이자 혁명동지인 나탈리아 레부엘타(89)가 지난 2월 사망했다. 그녀와 함께 ‘쿠바의 인물’이라면 단연 카스트로 형제다. 89세의 털보 형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 그 사회주의 혁명가는 노환 중이고 현 국가원수인 국가평의회의장은 84세의 동생 라울(Raul) 카스트로다. 그가 지난 11일 아들뻘인 54세의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그야말로 ‘역사적인 악수’를 했다. 그 날 남북 아메리카와 카리브 해 제국 등 35개국의 제7회 미주 서미트가 중미 파나마 수도 파나마에서 열렸고 거기서 미국과 쿠바 정상이 1961년 케네디 정권 때의 국교 단절 후 59년 만에 화해의 악수와 회담을 한 것이다. 그 역사적인 악수를 중국 언론은 ‘미국과 쿠바가 얼음을 깼다(美古破冰)’ ‘미주가 개벽, 한 조각 푸른 하늘이 열렸다’고 했다.
스페인의 식민지 쿠바를 독립시켜 준 미국을 배반, 형 카스트로가 사회주의 혁명을 일으킨 건 1959년이었다. 그로부터 소련과 제휴, 미사일기지를 구축하는 등 전쟁 위기가 고조되자 수십만 쿠바인이 일의대수(一衣帶水) 플로리다 해협을 건너 미국으로 탈출했다. 그 플로리다 주 출신인 상원의원으로 지난 13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공화당의 43세 마르코 루비오(Rubio)도 그때의 이주민 후예다. 히스패닉계 대표 정치인인 그의 패기가 미·쿠바 화해 무드를 탄 것이다. 두 나라는 이제 국교 재개 수순을 밟고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의 테러 지원국 해제도 선언했다. 이란 핵 타결에 이은 거창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북한만 남았다.
역사적인 악수야 한반도에서도 없지 않았다. 2000년 DJ와 김정일, 2007년 노무현과 김정일 등. 그 덕에 DJ는 노벨상을 탔지만 그와 노무현이 안겨준 도합 10조원으로 김정일은 핵을 만들었다. 그쪽도 고인의 생일(태양절) 등 허황된 일에만 열광할 게 아니라 ‘역사적인 악수’ 그런 꿈 좀 꿀 수는 없을까. 미국과, 남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