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안산 단원고 2학년1반 빈 교실에는 2014년 4월 달력이 그대로 걸려 있다. 4월 달력의 16일 날짜 밑에는 ‘수학여행’이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수학여행을 앞둔 학생들의 설레는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하지만 달력 구석 빈 공간마다 사고 이후 생존 친구들과 선·후배들이 적어 놓은 ‘너무해’ ‘다시 돌아와’ 등 빼곡한 손글씨가 세월호 사고의 안타까움을 고스란히 전해 줬다.
바로 옆 2학년 2반 교실 교탁에는 담임이던 고 전수영 교사에게 생존 학생이 보낸 편지가 놓여 있다.
생존학생은 “수영쌤!! 저 ○○이에여!! 건강히 잘 지내시죠? 쌤이랑 친구들 본 지 1년이 다 되어 가니까 보고 싶고 그리워요”로 편지를 시작해 “저희 이다음에 다시 만나서 2학년 2반 꼭 마무리해여. 그때까지 잘 지내고 계세여, 존경하고 사랑해요”라고 마무리 했다.
단원고 학생들은 친구들과 선생님을 그리워 하는 마음을 담아 16일 1주기 추모제를 학교에서 직접 진행하기로 했다.
학생들은 교사들과 함께 오후 2시 안산 합동분향소 추모제에 다녀온 뒤 오후 7시 교내 운동장에서 ‘세월호 참사 1주년 추모제’를 갖는다. 단원고 교내 추모제에는 노란 초청장을 받은 관계자들만 참석할 수 있으며, 학생들의 추모글 낭독과 합창 등으로 진행된다.
단원고 관계자는 “학생들이 1달여 전부터 직접 선곡한 곡으로 합창 연습을 하는 등 많은 공을 들였다”며 “합동분향소에서 진행되는 추모제와는 별개로 학생들이 희생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고 해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단원고에서 1년째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심리치료를 하는 김은지 스쿨닥터(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피해 학생 개개인은 물론 250명의 학생을 허망하게 잃어버린 단원고 전체가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학생들이 다 함께 추모제를 준비하면서 그동안 상처받았던 마음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환기·조윤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