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사회에서 가장 심한 욕은 ‘거짓말쟁이’다. 미국인들은 거짓말을 가장 싫어한다. 거짓말쟁이로 한 번 낙인이 찍히면 직장에선 왕따를 당한다.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도중하차 한 것도, 사건 자체도 용서받지 못할 일이었지만, 무엇보다 ‘거짓말한 것’에 국민들은 등을 돌렸다. 링컨의 별명은 ‘어네스트(honest·정직)’였고, 대통령직을 물러날때 닉슨의 별명은 ‘라이어 (liar·거짓말쟁이)’였다. 영국도 다를 바 없다. ‘거짓말쟁이’로 낙인찍히면 모든 것이 끝이다. 영국의회에는 금기어가 있다. 동료의원들에게 ‘강아지’ ‘돼지’ ‘반역자’라는 말을 써선 안 된다. ‘바보’ ‘바리새인’ ‘악당’ ‘위선자’ ‘비겁자’라는 말을 써서도 안 된다. 특히 그중 ‘거짓말쟁이’라고 비난을 하면 그건 끝이다. 생사를 가르는 결투신청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돈봉투’의 효시를 ‘드 바레이예의 송금봉투’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드 바레이예는 루이 14세때 특허를 내고 우편함을 설치해 우체국 장사를 했다. 그는 자기 회사 우편봉투를 사용한 것만을 우편물로 받았다. 그러다가 돈을 송금해 주면서 더 많은 수수료를 챙겼다. 배가 아팠던 라이벌 업자가 생쥐를 우편함에 넣어 돈을 갉아 먹게 만들었다. 이때 사라진 ‘돈봉투’. ‘배달사고’의 기원설이다.
돈봉투냐 음료수 박스냐, 직접 받았냐 배달사고냐를 두고 우리 정치판은 이미 쑥대밭이 되었다. 줬다는 사람은 50여분의 녹취록과 55자의 메모만 남겨두고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녹취록과 메모에 거론됐던 정·관계 인사들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목숨을 끊을 정도로 억울한 사람이 ‘거짓말’을 했겠느냐는 것이다. 분명 누군가는 했을 ‘거짓말’. 우리 정치판, 정말 찌질하다.
/이영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