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 관제병 페르난도 니노 병장에 대한 미 군사법정의 무죄평결에 분노한 시민단체들이 21일 격렬한 항의시위를 벌이고 향후 시민단체-학생 등을 망라한 연계 투쟁 움직임을 밝히고 나서는 등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시위 과정에서 미군 기지 진입을 시도하던 시민단체와 이를 진압하던 경찰이 충돌, 일부 시민과 경찰관이 다치고 취재중이던 기자가 경찰과 몸싸움 끝에 부상을 당하는 등 '과잉진압' 논란까지 빚어져 무죄평결에 따른 규탄시위가 반미 감정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중생 사망사건 범대위 소속 시민과 대학생 등 300여명은 이날 오전 8시께 동두천시 미군 캠프 케이시 앞 주차장에서 '살인 미군 무죄판결 항의 규탄 및 기만적인 미 군사재판 중단 촉구 2차 총력투쟁대회'를 열었다. 범대위는 이날 “미군의 재판은 국내외 여론을 의식, 공개재판 형식을 빌린 사기극”이라며 “요식행위로 진행된 재판의 결과를 무효화하고 재판권을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위과정에서 범대위 상임대표 한상렬 목사와 문정현 신부는 몸에 태극기를 두른 채 삭발식을 가졌으며 일부 시민 20여명은 태극기 2장에 '민족자주' '무죄판결 취소' 등의 문구로 혈서를 쓰기도 했다.

이들은 이어 미군기지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여 범대위 김준기 대표와 유모(27·여)씨가 머리 등을 다치고 취재중이던 모방송국 기자가 경찰에 폭행당하는 등 시민과 경찰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에 따른 부상자는 계속 늘고 있어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같은 충돌로 시위대의 감정이 격해지면서 범대위측이 밤샘시위를 벌이기로 하는가 하면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어느 나라 경찰이냐'는 비난이 쏟아지는 등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또 불합리한 SOFA 개정 추진 요구와 함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무죄판결은 우리 나라가 자주주권 국가가 아님을 스스로 인정하는 결과” “국민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겠다”는 식의 '반미' 대응도 잇따르고 있다.

한편 경찰은 과잉진압 논란이 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시위대의 과격시위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충돌이 빚어져 부상자가 발생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부대진입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