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외유 중 총리가 사퇴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중심에 서 있던 이완구 국무총리가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국무총리실은 21일 0시 52분 출입 기자들에 문자 메시지로 “이 총리는 4월 20일 자로 박 대통령께 국무총리직 사임의 뜻을 전달했다”고 알렸다. 남미를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이와 관련 “이 일로 국정이 흔들리지 않고 국론분열과 경제살리기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내각과 비서실은 철저히 업무에 임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지난 10여 일 동안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고, 국정혼란을 일으켰던 이 총리는 외유 중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최초의 총리로 기록되면서 취임 63일 만에 사실상 물러나게 됐다.
이번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온 데는 이 총리의 책임이 너무도 컸다. 행정부 2인자가 부패스캔들에 연루된 부적절한 처신은 차치하고라도, 각종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 총리는 본인이 했던 말을 계속 뒤집으면서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성 전 회장과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고 했지만 수많은 통화 사실이 밝혀졌고, 3천만원 수수 사실 역시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돈을 준 날짜와 정황이 드러나 이 총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이러니 국민이 이 총리의 말을 믿지 못하게 된 건 너무도 당연했다. 물론 성 전 회장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물증도 없어 이 총리는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총리 문제로 정국이 불안하게 움직이는 것을 총리도 원치 않았을 것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자진사퇴는 적절했다고 본다.
박 대통령이 귀국하면 다음 총리 인선과정으로 1개월간의 총리 공백은 불가피해졌다. 그동안 늘 그랬듯이 총리 인선과정에서 겪었던 우여곡절이 또다시 반복된다면 이는 우리에게 정말 불행한 일이다. 제대로 된 인선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총리가 사의를 밝힌 만큼 이제 성완종리스트와 관련된 수사는 검찰에 맡기고, 여·야는 4월 임시국회를 정상화해 처리키로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문제 등 시급한 민생 현안들을 해결해야 한다. 경제살리기가 무엇보다 급하기 때문이다. 만일 4·29 재보궐선거를 의식해 여·야가 책임을 망각하고 또다시 정쟁에 몰두한다면 국민은 이런 작태를 더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이 총리 사퇴, 이제 국회는 민생현안 해결하라
입력 2015-04-21 20:02
지면 아이콘
지면
ⓘ
2015-04-22 13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