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에 기대려는 수원시
“현산 이름 걸맞은 미술관 될 것”
향후 작품구매비등 지원금 희망

■시종일관 냉랭한 현대산업
“운영비 지원 없다” 단호한 입장
최근에도 “논의할 때 아냐” 거리

■‘발등의 불’ 결국 혈세로 충당?
300억짜리 미술관 기부채납받고
향후 10년 400억대 세금 쏟을 판

오는 10월 개관을 앞두고 명칭 논란이 고조되고 있는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개관 후 직면할 운영문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안산의 경기도미술관 보다 큰 연면적 1만㎡ 규모의 대형 미술관이 들어서지만, 안정적인 운영에 필요한 예산확보 대책은 미미하다.

지난 2월 수원시는 현대산업개발(현산) 측에 미술관 운영예산 지원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또 염태영 수원시장은 같은 달 아이파크미술관 반대 시민단체와 만난 자리에서 “현산 이름을 (미술관 명칭으로) 걸고 미술관을 지어줄 것을 현산이 약속했다”며 “현산의 이름에 걸맞는 멋진 미술관이 될 것”이라고 아이파크 명칭 사용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 발언과 관련해 수원시 관계자는 “현산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미술관을 세우기 때문에 이후에도 결코 무관심하지 않을 것”이라며 “명칭을 통해 현산에게 향후 미술관 운영비 및 작품구매비 등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수원시는 아이파크미술관 명칭 고수가 현산의 운영비 지원을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논리를 편 셈이고, 수원미협과 수원예총(회장·전애리)은 “현산의 운영비 지원을 전제로 아이파크미술관에 동의한다”며 시의 입장을 옹호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산의 반응은 시종일관 냉랭하다. 경인일보는 지난해 말 부터 현산 측에 운영비지원 여부를 수차례 확인했으나 그 때 마다 “운영비 지원은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반복했다. 현산측 한 관계자는 20일에도 “현재로서는 지원금을 논의할 상황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만일 수원시가 미술관 운영을 전담한다면 엄청난 세금을 쏟아부어야 한다. 올해 수원시의 문화예산은 1천억원. 이미 용도가 정해졌고 빠듯하다. 올해 급한대로 미술관 개관 예산으로 9억5천만원을 배정했지만, 개관 기획전시에 사용하기에도 벅차다.

문제는 미술관 본예산을 세우는 내년부터다.

시 미술관추진단관계자는 향후 운영비 규모에 대해 “초기 건립비용이 비슷한 경기도미술관을 비롯해 다른 미술관들의 예산액수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고있다”며 “현재 내부적으로 대략적인 측정은 했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소요되고, 어떻게 예산을 확보해 나갈지에 대한 공식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렇게 되면 대부분 고가로 판매되는 미술작품을 구매해 소장하거나, 국내외 수준높은 미술작품을 미리 계획해 전시하는 등 미술관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실제로 시립미술관과 비슷한 규모로 건립된 경기도미술관의 경우, 개관 후 첫 해 예산만 60여억원이었다. 경기도미술관 관계자는 “개관후 미술관이 자리를 잡으려면 5년여 정도 걸리는데, 이 기간동안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며 “대략 매해 건립비용의 10~20%가 운영비로 소요된다”고 말했다.

경기도미술관은 2006년 개관 이후 올해까지 10년간 총 423억원의 세금을 투입했다.

경기도미술관의 사례를 원용하면 수원시가 미술관 운영을 전담할 경우 500억원 상당의 의미있는 땅을 제공하고도 향후 10년간 400억원 대의 시민 세금으로 현산이 기부채납한 300억원 짜리 아이파크미술관을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그 이후의 예산은 별도다.

개관 초기부터 미술관 운영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실상 제대로 된 미술관 역할은 불가능하다는 게 예술계의 중론이다.

이오연 민예총 수원지부 부지부장은 “미술관의 정체성을 드러낼 작품을 확보할 예산이 없다면 공립미술관 등록 자격을 획득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며 “당분간 작품 없이 다른 미술관의 작품을 대여해 전시한다는데 그러면 미술관이 아닌 전시관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아이파크미술관 반대 시민단체들은 수원시와 현산, 그리고 시민이 함께 미술관 명칭을 비롯한 시립미술관 운영을 협의하는 공식기구를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수원시립미술관바로잡기시민네트워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시와 현산,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미술관에 대한 모든 것에 대해 진지한 의견을 나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지영·유은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