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선 고위층 흉내만 내도 통한다. 대통령 주치의와 전직 장관딸을 사칭해 금품을 받아챙긴 3명이 같은날 경찰에 구속됐다.

성남 남부경찰서는 26일 대통령 주치의를 사칭, 여대생과 성관계를 맺고 이를 미끼로 협박을 일삼아온 손모(39)씨를 사기 등 혐의로 구속했다.

손씨는 지난 99년 4월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김모(24·여)씨를 만나 “대통령 주치의이며 K대 의과대학 조교수”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결혼을 전제로 70여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맺은 혐의다.

손씨는 또 지난 2000년 1월 K대 교직원으로 재직하면서 공사입찰을 미끼로 6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되자 김씨에게 “후배가 의료사고를 내 의무기록을 조작해 과징금이 1천500만원이 나왔다”며 3차례에 걸쳐 4천50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분당경찰서도 같은날 3공화국 시절 문교부 장관을 지낸 민모씨의 딸이라고 속여 금품을 가로챈 박모(36·여)씨 부부에 대해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씨 부부는 지난 8월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K여인숙 업주 윤모(43)씨에게 “수천억원을 상속받아 차명의 재산관리인을 채용해야 하는데 법원 등록비가 필요하다”며 3천여만원을 받아 가로채는 등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비슷한 수법으로 14명으로부터 27차례에 걸쳐 4천379만원을 가로챈 혐의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사설 경호원 10여명을 고용하고 최고급 승용차까지 타고 다니며 피해자들에게 “재산관리인이 되면 수십억원대 연봉을 보장하겠다”고 속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성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