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건’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최소한의 식수만으로 생존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출연자들이 악전고투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수도꼭지만 틀면 어디서든지 흔히 이용할 수 있는 물 이라서 그런지 우리는 그 효용 가치를 모르고 사는 듯하다.

미국 의료생명공학원에서 선정한 20세기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 가장 위대한 20가지 기술에 상수도가 선정된 바 있다. 안전한 식수와 개인위생 향상을 통해 질병의 위험을 9.1% 낮출 수 있으며, 6.3%의 죽음을 예방할 수 있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도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수돗물은 24시간 우리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자 인류에게 배달된 기적과도 같은 선물인 것이다. 게다가 2013년 UN에서 선정한 수돗물 수질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프랑스, 미국, 독일 등 선진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8번째로 수질이 좋은 나라로 뽑혔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수돗물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더욱이 인천상수도사업본부에서는 총 172개 감시 항목을 엄격하게 검사해 안전한 수질의 미추홀참물을 공급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들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3년 수돗물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돗물 음용률은 55.2%(직접 음용률 5.4%)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보다 수돗물 수질 순위가 더 낮은 미국의 음용률 82%(56%)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수돗물을 식수로 마시지 않는 이유로는 ‘물탱크나 낡은 수도관에 문제가 있을 거 같아서’ 30.8%, ‘상수원이 깨끗하지 않을 것 같아서’ 28.1%, ‘이물질 및 냄새 때문에’ 24.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수돗물은 취수원의 오염이 있다 하더라도 적절한 정수 처리를 통해 시중에 유통되는 생수 수준의, 음용에 적합한 물로 재탄생된다. 또한, 수돗물 생산 과정에서 많은 약품을 투입해 우리의 건강에 유해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응집제와 염소만 사용되고 침전과 여과 등의 과정을 거쳐 수돗물이 생산된다. 노후 수도관·물탱크 문제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수도꼭지를 통해 일정 기준 이상의 녹이 섞여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고, 일시적으로 있다 하더라도 충분히 방류 후 사용하면 정상적인 수돗물이 공급되기 때문이다.

수돗물은 낮은 요금과 부정적 인식 때문에 그 경제적 가치가 평가절하되어 있으며, 정수기나 먹는 샘물 등을 사용함에 따른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도 많이 지출되고 있다. 대한민국 수돗물은 철저한 수질 관리와 노력을 통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고, 저렴한 요금으로 언제든지 쉽게 이용이 가능해 우리에게 잠시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필요불가결한 우리의 영원한 동반자로 충분하다고 본다. 건강한 물을 추구하는 오늘날의 트렌드에 비추어 보아도 수돗물은 칼슘,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을 균형 있게 충분히 함유하고 있어 음용수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하명국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