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가 지정한 ‘2015 세계 책의 수도’가 오늘 송도에서 개막한다. 인천시는 세계 책의 수도 행사를 유치하면서 오늘부터 내년 4월 22일까지 한 해 동안 인천을 ‘책 읽는 도시’, ‘창작과 출판이 편한 도시’, ‘인문적 가치를 창조하는 도시’ 등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리나라 출판과 독서 문화의 저변을 확대하여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책의 도시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2015 세계 책의 수도는 세계적으로는 15번째, 한국에서는 최초로 지정된 국가적 행사로 그 의의가 자못 크다. 그러나 행사 계획들을 살펴보면 우려되는 점도 적지 않다. 우선 인천시는 이 사업을 책의 수도 팀과 관내 공공도서관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네스코 책의 수도 지정사업이 본래 세계 저작권의 날을 확대 발전시킨 사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업추진기구를 저작권의 주체라 할 수 있는 인천과 전국의 작가와 지식인, 출판업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적으로 구성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창작과 출판 활성화와 관련된 사업들은 체면치레에 불과한 수준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계획된 사업들도 대부분 독서 증진 프로그램과 같은 고만고만한 행사들로 구성되어 있어 애초에 내걸었던 목표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개막식에 국가수반, 세계적 문인이나 작가들이 참석하여 책의 중요성에 대한 메시지를 개최도시의 시민들은 물론 세계인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배려했으나 인천의 경우 지나치게 ‘소박한’ 수준이어서 인천시민들도 책의수도 개막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의 역사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사업이나 행사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도 눈에 띄지 않는다.
2015 책의 수도 사업은 개막식이나 개막주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사업추진에 필요한 예산 부족 탓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추진 방식을 책 관련 분야의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민관협력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아직 내년 4월 22일까지 1년간의 사업 기간이 남아 있는 만큼 인천시는 초기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이나 전문가들의 지적을 최대한 반영하여 인천시가 명실상부한 세계 책의 수도로 자리잡고, 나아가 책의 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15 세계 책의 수도’ 개막에 부쳐
입력 2015-04-2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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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2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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