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후 1시 무렵.
경부고속도로 상·하행선에서 기흥톨게이트를 통해 나가려는 차량행렬이 길게 꼬리를 물고 있다. 20여분이 걸려 톨게이트를 빠져 나오니 자가용 한대가 대형컨테이너 트럭과 차단벽사이에 끼어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다.
기흥톨게이트는 오산방면 393번 지방도와 기흥공단, 고매리 등으로 가는 4개의 도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구조적 문제점으로 인해 출퇴근시간 심각한 교통체증을 빚고 있는 곳이다. 특히 최근 1~2년새 차량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출퇴근시간뿐 아니라 한낮에도 접촉사고와 소통마비가 일어나는 '마의 구간'으로 변했다.
기흥톨게이트는 화성 동탄 신도시 주민들이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기 위한 사실상 주 관문의 역할을 하게 되는 곳으로 톨게이트 일대를 중심으로 사상 최악의 교통지옥이 불보듯 뻔한 실정이다.
고매파출소 이근행 경사는 “인근 삼성반도체와 협력업체에서 쏟아져 나오는 종업원 3만5천여명의 상당수가 이곳을 통해 경부고속도로로 올라간다”며 “동탄 신도시까지 들어서면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토지공사가 동탄 신도시 조성을 추진하면서 내세웠던 점은 바로 우리나라 도로교통의 양대 축인 경부고속도로와 1번 국도가 신도시 양쪽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여객·화물 수송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두 도로가 신도시 개발로 발생할 교통량을 어느 정도 분담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러나 기흥톨게이트 경우에서 처럼 이같은 예측은 사실상 '허구'나 다름없다. 오히려 현재 기흥에서 시작, 신갈~판교~양재로 이어지는 경부고속도로의 체증은 동탄 신도시 조성 이후에 오산, 평택은 물론 충청지역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1번국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반월리에서 343번 지방도를 타고 오거나 동탄면을 가로지르는 국지도 84번 지방도를 타고 병점 사거리로 오더라도 만나는 것은 심각한 교통체증뿐이다.
고속도로와 1번국도를 피해 343번 지방도를 타고 수원지역으로 진입해 북쪽으로 가는 것도 수월치 않다. 왕복 6차선의 도로지만 신영통지역에서 나오는 차량들이 합쳐지면서 30분은 물론 1시간여 가까운 시간을 도로위에서 허비하기 십상이다.
현재 수원과 화성, 오산, 용인 등 경기 남부지역의 교통인프라는 자연증가하는 차량규모도 감당치 못할 정도로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했다. 여기에 분당, 일산 다음 규모인 274만평, 인구 12만명의 '공룡'인 동탄 신도시가 계획대로 들어설 경우 교통대란 차원을 넘어 교통지옥이 연출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동탄신도시가 조성될 경우 오는 2008년 신도시 지역의 하루 차량통행량은 약 5만여대, 2013년에는 12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도와 토공은 지난 19일 경기남부 광역교통개선대책에 대한 1년여의 검토작업을 사실상 마무리짓고 다음달중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를 열어 확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도와 토공, 건교부 역시 광역도로 2개노선과 연계도로 9개노선의 확충사업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이 대책이 완료되더라도 일부 지역의 경우 사실상 도로 기능이 마비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동탄신도시내 국지도 82호선과 연결될 영덕~양재간고속화도로를 비롯해 봉담~동탄간고속도로 등이 모두 민간투자로 건설될 예정이어서 각각 2006년과 2008년인 완공시기를 제대로 맞출 지도 의문이다.
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1조6천400억여원에 이르는 재원이 투입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해 정상적인 사업추진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기개발연구원 지우석 박사는 “입주까지 모든 도로가 완공되기도 힘들뿐 아니라 주요 연결도로가 늘어난 통행량을 감당키 어려울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더이상 도로가 아닌 철도중심의 교통정책 수립과 추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고통과 탄식의 개발현장' 동탄신도시] 교통대책은 있나
입력 2002-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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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2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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