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가 24일 방송광고 총량제를 허용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방송 광고의 총량만 제한하고 시간·횟수 등을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허용해준 것이다. 미디어 업계가 ‘지상파 광고 몰아주기’라며 크게 반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한 방통위의 용기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방통위라는 일개 부처가 미디어 산업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제도를 시행령으로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광고총량제는 프로그램·토막·자막 광고 등 광고 형태별로 시간을 정하는 현행 규제방식에서 벗어나 광고시간 총량만 규제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지상파방송은 단가가 높은 프로그램 광고에 집중적으로 광고시간을 채울 수 있다. 60분짜리 프로그램에 붙는 광고시간은 지금은 최대 6분까지지만 앞으로 9분으로 늘어난다.
시민단체와 학계는 이 제도가 신문 등 다른 미디어산업의 존립 기반을 흔들고 나아가 전체 미디어시장의 생태계를 황폐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신문협회 역시 신문광고 매출의 10∼20%가 지상파방송으로 옮겨 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가상광고·간접광고까지 늘려주면 지상파방송의 상업화는 극성을 부리고 선정적 프로그램을 앞세운 시청률 경쟁도 심화될 것이다. 방송의 공공성은 말할 것도 없고 시청자 선택권도 설 자리가 없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국내 미디어시장은 인터넷 매체의 급증으로 포화상태다. 그런데도 방통위는 중차대한 제도 변경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시장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방송광고정책은 전체 미디어시장을 염두에 두고 다른 매체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결정해야 한다. 정부는 무조건 지상파를 편들 것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미디어 정책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광고 총량제를 허용하기 전에 지상파의 뼈를 깎는 체질 개선을 먼저 요구했어야 했던 것도 그런 이유다. 이번 방통위의 개정안으로 방송의 질은 떨어지고 프로그램의 상업화는 가속화될 것이다. 이번 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했던 문화체육관광부와 미래창조과학부, 그리고 청와대는 최소한 지상파로 광고가 쏠리지 않도록 감시하는 등 미디어 환경이 훼손되지 않도록 감시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광고총량제 허용으로 우려되는 미디어 환경
입력 2015-04-26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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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2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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